아픈 역사 서린 진해만 요새사령부만 '덩그러니'
1913년부터 28년간 일본군 사용, 근대건조물 보존노력 없이 방치…노후 건축물 대부분 철거·정비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옛 육군대학 터. 이곳에는 최근까지도 육군대학을 상징하던 건물 등이 남아 있었습니다. 통합 창원시 새 야구장 터 활용 계획이 무산됐고 활용 방안이 논의되는 동안 주인을 잃은 상징물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뿜어 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연병장은 지역주민에게 개방됐습니다. 최근까지도 별다른 통제가 없어 마음만 먹으면 쉽게 터 안을 돌아다니며 옛 흔적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 창원시는 이곳에 재료연구소를 비롯한 '첨단산업기술 연구단지' 조성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27일 지장물 철거가 시작됐습니다. 지장물은 공공사업시행지구 터에 정착한 건물, 공작물·시설, 입죽목, 농작물 등 가운데 공공사업 수행에 직접적으로 필요가 없는 물건을 뜻합니다.

18일 오전 10시께 옛 육군대학 터를 방문했습니다. 지장물 철거는 대부분 완료가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연병장을 제외한 구역은 지장물 철거가 시작되면서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연병장에서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건물 등이 있던 곳을 둘러봤습니다. 대부분 건물은 잔해를 남기고 철거가 된 상태였습니다. 연병장 한편에 아직 남아있는 '대학 공원화 기념' 비석이 없다면 이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대학 공원화 기념 비석에는 지난 1974년 8월 29일 공원화했음을 나타내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당시 육군대학 소속 군인들, 공원화에 도움을 줬다는 강영수 전 경남도지사 등 이름도 써있습니다. 대학 공원화가 "박정희 대통령 각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연병장은 아직 지역주민에게 개방 중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연병장을 도는 이들이 꽤 눈에 들어왔습니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수집하는 중년 남성,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 제황동 쪽을 응시하는 노인들도 있었습니다.

18일 오전 10시께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옛 육군대학 터 모습. 연병장 주변 철조망 뒤로 지장물 철거가 거의 끝난 상황이다. /최환석 기자

옛 육군대학 터 안에는 '진해만 요새사령부' 건물이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취재했던 건물은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물받이는 반쯤 떨어져 나가 처마에 간신히 달려있었고, 유리창도 군데군데 깨져 있었습니다.

사실 이 건물은 일본 육군이 사용한 진해만 요새사령부 건물입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1913년 12월 9일부터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41년 8월 11일까지 일본 육군이 약 28년간 사용한 곳입니다.

일본 해군 건물이 많은 진해지역에서 보기 드문 일본 육군 시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일본 해군의 진해 방비대사령부 건물과 별관 건물과는 달리 방치돼 있었습니다.

다행히 진해만 요새사령부 건물은 지장물 철거 진행에도 그 모습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습니다. 보존가치가 있다는 시 판단이 있었고, 마침내 창원시 근대건조물 9호로 지정이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존 노력은 아직 미흡해보였습니다. 멀리서 바라본 진해만 요새사령부 건물은 입구 위에 튀어나온 부분이 반쯤 내려앉은 상태였습니다. 애써 근대건조물로 지정했는데,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겠죠. 진해만 요새사령부 건물이 일반에 공개될 때까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구 육군대학 터 내 일본 육군이 사용한 진해만 요새사령부 건물. 물받이가 떨어져 나가고, 처마도 내려앉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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