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희 지음…실험 통해 밝힌 한국인의 '25가지 거짓말 패턴·대처법' 공개

무수한 거짓말과 마주하는 나날이다.

"기억나지 않는다.", "난 모르는 일이다."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말을 쳇바퀴 돌듯 듣고 있자니 그들이 진짜 모르는 건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건지 점점 헷갈린다.

"한국인은 거짓말할 때 코를 만지지 않는다고?"

<한국인의 거짓말- 지금까지 몰랐던 한국인의 거짓말 신호 25가지>는 한국인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그 특수성을 추적한 연구 보고서다. 신체 언어 및 행동 심리 연구가 김형희 씨는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 50명을 모집했다. 이들에게 실험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은 다음 거짓말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실험을 설계하고, 그 과정을 모두 영상에 담았다.

저자는 실험 참가자들과 함께 5년여의 긴 시간에 걸쳐 1038개 사례를 통해 한국인들이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분석했다. 물론 어떻게 거짓말에 대처해야 하는지도 정리했다. 살짝 억울하기도 하다. 어디 거짓말을 한국인들만 하겠는가.

그럼에도 몇가지 보도를 살펴보자.

송지우 작 '피노키오' /경남도민일보 DB

2013년 WHO(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범죄 대비 사기범죄율 1위 국가다. <하멜표류기>에서는 조선을 가리켜 '거짓말의 국가'라고도 했다.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2005년부터 5년간 한국의 가치관을 조사한 자료를 봐도 20대 한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32.9%로, 조사된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거짓말이 빈번한 현상에는 두 가지가 전제된다. 하나는 자주 속이는 가해자가 있어야 하고, 또 하나는 자주 속는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 만약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한다면 그만큼 잘 속는다는 의미도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거짓말할 때 드러나는 신호는 상식처럼 알려진 서구권 중심의 연구 결과와는 전혀 달랐다. 한국인은 거짓말을 할 때 코를 만지지도 않으며, 눈을 회피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거짓말에 대한 상식은 이 책에 의해 상당수가 수정돼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한국인 그리고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거짓말의 패턴을 정교하게 분석했다.

저자는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하면서도 거짓말을 잘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라며 "우리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고, 왜 거짓말을 하는지를 똑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집필의도를 밝히며 한국인이 거짓말에 잘 속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는 한국을 지배하는 두 가지 급소를 제대로 건드렸다. 바로 욕심과 불안감이다.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하는 이유는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잘 속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잘 속는 까닭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욕심이 많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37쪽)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하야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 그는 워터게이트 때문이 아니라 워터게이트에 대한 거짓말 때문에 실각했다.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 수사까지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한 박근혜 대통령은 무수한 거짓말을 뒤로한 채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말조차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속이는 사람보다 속은 사람의 회복이 훨씬 어렵습니다. 한국인의 거짓말이 가진 특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거짓말에 관대하다는 것입니다."

214쪽, 추수밭,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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