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이었다. 마주 앉은 학생 넷은 연말에 치를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남들보다 조금 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고등학교 특수학급 졸업 예정자인 이들은 마산장애인복지관 부설 창원장애인일자리창출센터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월~금요일 매일 6시간씩 학교 대신 교육원에서 공부를 했다. "공부하는 게 싫지는 않으냐"고 물으니 모두에게서 "자격증 공부하는 게 학교 가는 것보다 재밌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느덧 겨울이 됐다. 얼마 전 이해운 창원장애인일자리창출센터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당시 인터뷰를 했던 학생 중 한 명인 사민재(20·마산고·지적장애 3급) 군이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노라고.

요양보호사는 2007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제정되면서 일정 시간 교육을 받으면 발달장애인도 쉽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 노인복지법이 개정되고 국가자격시험제로 변경된 후 발달장애인의 취득 문턱은 높아졌다.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장애인 대안 대학교 '호산나대학교'에서 발달장애인의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은 비장애인 사법시험 합격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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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려움을 알아서일까. 사 군이 치열하게 보냈을 계절들이 떠올라 코끝이 갑자기 시큰해졌다.

사 군의 합격에 누구보다 기뻐했을 창원장애인일자리창출센터, 창원교육지원청 특수교육센터, 행복요양보호사교육원 관계자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사 군은 인터뷰 때 왜 요양보호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했더랬다. 사 군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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