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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밥이었다는 안반어, 누구냐 너는

[신우해이어보] (30) 안반어…민물·바닷물 만나는 곳에서 철새가 잡아 먹었다는 물고기, 지금은 상상만

박태성 두류문화연구원 연구위원 webmaster@idomin.com 입력 : 2016-12-15 17:12:55 목     노출 : 2016-12-06 00:00:00 화

해맑은 가을날 온 들녘에 출렁이던 황금 물결이 농부의 수레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텅 빈 들판을 지키다가 미처 따라가지 못한 허수아비가 황량한 바람에 옷깃을 펄럭이며 하염없이 외로워할 때, 먼 길을 찾아온 기러기 무리가 야단법석으로 쓸쓸한 들녘의 빈자리를 채운다.

이때 즈음이면 억새는 하얀 날개를 파란 하늘을 향해 펼치고 갈대는 갈색 꽃을 조금씩 나누어 바람에 날려 보낸다.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진 강 하구의 넓은 뻘밭에는 기러기들이 서로 쫓으며 날았다 앉았다 부지런히 오가는데 민물이 바닷가를 따라 휘돌아가는 곳에는 겨울 철새들이 먹을 물고기가 떼 지어 몰려 있다.

담정 김려의 <우해이어보>에는 기러기나 오리, 황새 등 철새들이 즐겨 먹는 물고기 중 한 종류로 ‘안반어’가 나온다.

그는 안반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안반어는 작은 물고기로 길이가 1촌(寸) 정도이다. 보통 갯가의 물이 돌아가는 진흙이나 모래 속에 산다. 이곳 사람들은 물이 돌아가는 곳을 안반이라고 하는데 잔잔한 물굽이가 빙 돌아간다는 말이다. 혹은 이 물고기를 안반(雁飯) 즉 기러기밥이라고 한다. 매년 가을이 지난 뒤 물새, 오리, 갈매기, 기러기, 도요새, 백로 등의 무리가 포구의 물굽이에 모여서 이 물고기를 잡아먹으므로 그 이름을 안반(雁飯)이라고 한다. 이 물고기는 뱃속에 모래가 많으므로 먹기에는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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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반어라는 물고기는 어떤 물고기일까.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있고 매우 작아서 한 치 즉 3.3㎝ 정도 크기이며 모래가 많은 펄에 사는 물고기다. 설명으로 보면 이곳 사람들이 ‘꼬시락’ 혹은 ‘소래미’라고 하는 문절망둑(민물과 바닷물이 사는 곳에 사는 연안어종)의 한 종류로 추정되지만 다른 항목에서 이미 이 물고기를 다루고 있다.

몇 번이고 현장을 수소문하다가 뜻밖의 물고기 이름을 듣게 되었다. ‘똥꾸’ 혹은 ‘똥고’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위의 설명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었다. 진동만과 요장리 쪽에 갯벌과 갈대밭이 넓을 때는 이 물고기가 많았다는데, 민물이 내려오는 곳에만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갈대밭이 없어지고 민물이 내려가는 곳에 펄이 너무 많이 차서 이 물고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확히 어떤 물고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말미암아 이 물고기는 소멸하였을 것이다.

옛날 창원 분지 안쪽만 하더라도 겨울이면 까마귀 떼가 하늘과 들을 새카맣게 덮고 한꺼번에 날아올라 회오리모양의 원을 그리며 빙빙 돌았고 논과 하천, 특히 갈대밭이 넓은 펄에는 기러기와 오리떼 역시 수없이 많았다. 그만큼 먹을 것이 풍부하였다는 말인데 안반어와 같은 물고기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진동 현청 앞에는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는 우산팔경(牛山八境)이 새겨진 돌비석이 있었다. 비석은 팔각회에서 세운 것이라는데 내용의 출처는 알 수 없다.

우산팔경은 석문조운(진동입구 석문에 아침 구름 떠오르는 풍경), 취봉추월(교동 뒷산 수리봉에 가을달이 솟아오르는 풍경), 요주낙안(요장 앞바다 갈대밭에 기러기가 날아 앉는 풍경), 광암만조(광암 바닷가에 저녁 밀물이 드는 풍경), 죽전세우(고현 죽전 대밭에 가랑비 내리는 풍경), 웅도어화(웅도의 수많은 고기잡이 배가 밝힌 불들), 연포귀범(연미정으로 고깃배가 돌아오는 풍경), 의림만종(의림사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을 말한다.

모두 늦은 가을날의 풍경이라고 해도 무관할 정도로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는 정서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 요주낙안이 묘사한 풍경이 위에서 언급한 안반어와도 연관되는 것이다. 그 갈대가 무성한 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이고 그곳이 바로 안반어가 사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안반어 혹은 똥고는 어떤 물고기였을까. 물고기의 이름에 ‘똥’이라는 명칭이 붙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물고기 이름 앞에 ‘똥’이 붙는 것은 뜻밖에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것들이다. 바로 붕어이다.

붕어를 지칭하는 지방말은 뜻밖에 많다. 토종붕어인 참붕어를 깨붕어, 깨피리, 깨고기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강붕어, 갯붕어, 검둥붕어, 꽃붕어, 깅깅우, 납대기, 납재기, 넙적붕어, 넙적이, 넙적이, 넙죽이, 논붕어, 땅붕어, 땅송어, 때붕어, 땍붕어, 떡잎붕어, 독붕어, 돌붕어, 똥붕어, 먹붕어, 박씨송어, 맥붕어, 쌀붕어, 알붕어, 봉애, 송어, 송에, 송애, 왕붕어, 은붕어, 호박씨, 희나리, 희나리배기, 희나리송어 등이 그것이다.

그중 똥붕어와 같은 말로 인식되는 것은 독붕어, 돌붕어, 땅붕어 등인데 이것은 모두 작은 붕어라는 말이다. 작은 붕어를 똥붕어라고 한다면 똥고라는 물고기는 작은 고기 즉 작은 물고기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안반어는 크기가 한 치밖에 되지 않는 정도이고, 짙은 고동색으로 새까맣게 보이며, 크기가 꼬시래기보다 작으며, 미꾸라지나 장어와 같이 반질반질하며, 한꺼번에 새까맣게 모여서 서식한다는 똥고라는 물고기와 일치하는 면이 많다.

진동만 앞의 넓은 갯벌에 하얀 갈대꽃이 끝없이 피어 있고 그 옆에 하얀 소금이 담긴 염전이 달빛에 물비늘을 반짝일 때 하늘을 날아 내려앉는 기러기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을 것이다. 담정은 <우산잡곡>에서 이 장면을 이렇게 읊었다.

“된서리 내려 연꽃잎 급히 질 때

큰기러기 가을바람 따라 바닷가로 날아왔네.

해오라기 기러기 흩어져 내리는 곳에

안반어들 줄줄이 모여들어 먹이가 되네.”

김려가 <우해이어보>를 쓴 곳인 진전면 율티리 염밭마을 앞은 넓은 펄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달이 환하게 떠오르는 저녁, 이곳 둑에 서서, 진전천과 펄이 만나는 곳에, 마음을 내려놓듯이 날개를 접고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만나러 가야 할 것 같다.

/박태성 두류문화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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