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벽두에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원제가 '얼어붙은(Frozen)'이었다. 영화의 모티브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이었지만, 이야기의 구성은 많이 달랐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로 국내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옛날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처음에 나쁜 주인공은 그대로 나쁜 주인공이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반면, 착하게 보이는 주인공은 그대로 남을 도와주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주인공 엘사가 자기 스스로 북쪽 산으로 가서 얼음성을 짓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지만, 나중에는 남을 도와주는 반전의 드라마다.

그리고 2016년 대한민국의 겨울왕국!

대통령이 냉동 상태로 겨울왕국에 갇혔다. 사건은 복잡하고 난잡하여 아침 드라마보다 더 많은 복선이 깔린 막장 드라마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세상에 없는 대한민국의 겨울 왕국에는 희망의 촛불이 넘쳐나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

설사 <겨울왕국>을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영화의 OST 'Let It Go'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래 내용은 주인공 엘사가 왕국을 떠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 것을 다짐하는 것인데, 가사 중에는 이런 구절도 있었다.

"오늘밤, 하얀눈 뒤덮인 산위에 발자국 하나 없구나, 고립된 왕국, 내가 이곳 여왕이야. 숨겨, 느끼지 말고, 누구도 알아채선 안돼, 아! 그들이 알아버렸어~ 다잊어, 다잊어, 이제 더이상 버틸 수도 없잖아"

이 노래가 실린 앨범 은 역대 애니메이션 OST 사상 빌보드 최장 기간 1위를 기록했고, 이디나 멘젤이 부른 'Let It Go'는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주제가상을 받았다.

추위가 몰려오는 겨울에 국회 탄핵으로 얼음성에 꽁꽁 갇히고 만 대통령이 왜 이 영화로 들어오는지 알 수 없지만 평생 공주의 인생을 살았고, 대통령이었지만 마치 여왕처럼 재택근무를 하면서 스스로 갇혀버린 '얼어붙은(Frozen)' 겨울왕국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탓일 것이다.

영화 제목이 얼어붙은 에렌델 왕국을 의미하는 것일 테지만, 사실 라푼젤의 원제목도 '뒤엉킨(Tangled)'이었으니까 단지 제목 탓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노래 탓도 아닐 것이다.

찬바람에 얼얼해지는 볼, 저릿해지는 손, 누군가에게 올해 겨울은 코끝으로 내쉬는 숨에서 피어나는 하얀 김에서 시작되는 겨울왕국일지도 모를 일이다.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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