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 '박정희·박근혜 홍보물 철거 불가' 방침에 반발…시민단체 대표 현장에서 연행

3·15의거기념관에 내걸린 박근혜 대통령의 대형 사진이 계란과 케첩 세례를 받았다.

14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의거기념관 앞에서 박 대통령 사진 즉각 철거를 요구하는 (사)3·15의거열사김주열기념사업회, (사)부마항쟁기념사업회,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 단체는 "독재정권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운 시민 정신을 기리는 공간에 헌정파괴 범죄로 탄핵심판을 받게 된 식물 대통령의 대형 사진과 독재자 박정희를 미화하는 홍보 영상물이 아직도 버젓이 설치돼 있다"며 "기념관 책임자를 만나 철거를 요청했으나 아직 아무런 답이 없다. 사진이 현재도 게시돼 있는 자체로 '철거 불가'라고 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박 대통령 사진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영만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 등을 추가 설명했다.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김 의장은 사진을 향해 계란을 던지고 케첩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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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11시 8분 김영만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ᆞ15민주묘지내 3ᆞ15 의거기념관에 재설치된 박근혜 홍보사진에 케첩을 뿌린 후 경찰에 연행됐다./ 김구연 기자

현장에는 국립 3·15민주묘지관리소 요청으로 마산동부경찰서 소속 경찰이 시설물 보호를 하고 있었다. 경찰은 계란 세례가 끝나자 김 의장을 공용물건 손괴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김 의장이 자발적으로 조사받으러 갈 수 있음에도 연행하는 것은 과하다고 항의했다. 경찰에 연행된 김 의장은 이날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김 의장이 연행된 후 다시 기념관 안으로 들어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독재자에 부역하는 경찰은 물러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3·15의거 정신을 모르는 공무원은 공무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경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 시민모임 대표는 "친박은 박근혜의 정치적 노예라던데, 여기도 노예가 있음을 알았다"며 "시민 촛불정신으로 제거해야 할 적폐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한편 허진수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은 정인완 국립 3·15민주묘지관리소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허 회장은 정 관리소장 직권으로 사진을 철거하고, 홍보 영상물도 다른 영상물로 교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 관리소장은 즉답을 회피했다. 정 소장은 "사진을 내리는 것은 직권으로 할 수 없다"며 "자문위를 구성해 결과를 보훈처에 전달하는 과정도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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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11시 8분 김영만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ᆞ15민주묘지내 3ᆞ15 의거기념관에 재설치된 박근혜 홍보사진에 케첩을 뿌린 후 경찰에 연행됐다./ 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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