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조류인플루엔자)로 1000만여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고 있다. 역대 최대 피해가 예상되는 현 시점에 탄핵정국으로 말미암은 정부의 늑장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는 국내에서 가금 산업이 90% 집중된 전북·전남·충청·경기 등 거의 모든 지역에 확산된 상황을 근거로,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초기에 원인을 빨리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해야하는데 이를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 발생한 AI 유전자를 분석했을 때, 과연 방역당국의 주장처럼 철새가 옮겼는지, 아니면 미리 국내에 들어와 있다가 발생한 건지를 판단해 방역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인플루엔자의 유전자 조합이 중국과는 다른 것들이 있다고 발표한 적 있어서, 충남대도 바이러스를 확보해서 분석해보니까 방역당국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미리 들어와 있다가 여름 동안 확산하면서 재조합되었을 가능성도 있는데, 처음부터 무조건 철새가 옮기는 거라고 방역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까, 소위 말하는 초기 대응, 골든타임을 크게 놓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만은 AI 대응책으로 가금류 농장을 먼저 그물망으로 철저하게 차단한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똑같은 바이러스가 들어왔는데, 11월 28일 오리농장 1곳, 산란계 농장 2곳, 그리고 12월 2일에 농장 4곳의 57만 마리를 살처분하고 더 이상 발생 보고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방역당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철새설이 아니라는 게 과학적으로도 나오고, 유전자 분석을 해봐도 중국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순천만과 일본 이즈미 등에서는 자체 매뉴얼에 따라 AI 대응을 하고 있다. 현 정부가 환경부를 통해 생태관광을 경제정책으로 시행하면서 모든 것을 철새들에게 뒤집어 씌워놓고, 지자체는 중앙부처의 공문 하나에 의존하여 주남저수지와 우포늪·낙동강하구 등 철새도래지 주변을 다 폐쇄했다. 겨울철새인 두루미류로 생태관광으로 먹고사는 이즈미시에서도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10마리가 AI로 폐사해도, 탐조지역을 폐쇄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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