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동네 대소사 점검, 주민 농사 '내 일처럼'거들어…체육·송년회로 화합 다지기도

"첫째도 봉사요, 둘째도 봉사, 셋째도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봉사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누군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드리고자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겁니다."

의령군 용덕면 죽전리 상죽마을을 14년째 이끄는 전종진(54) 이장.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상죽마을은 40가구 80여 명이 살고 있지만, 대부분 주민이 70세를 훌쩍 넘긴 고령이다.

3년째 용덕면 이장단장을 겸한 그는 하루가 너무 짧고, 한 달이 너무 짧고, 일 년도 너무 짧다고 한다. 농촌마을 이장의 대부분 일과가 그러하듯 새벽 5시에는 어김없이 일어나 밤사이 일어난 크고 작은 소식을 접하고 마을 점검에 나선다.

그의 소득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호박과 수박이지만, 자신의 농사보다 마을 주민들의 일손이 먼저다. 상죽마을 주민들은 벼농사를 주로 하고 있다. 대부분 고령이고 소규모 농가이다 보니 고가의 농기계가 집집이 있을 리 없다.

비닐하우스에서 호박과 수박을 재배하는 전종진 이장은 자신의 농사보다 늘 마을 주민들의 일손을 먼저 돕는다. /조현열 기자

벼 추수기가 되면 오후 9시까지 일하는 것은 다반사. 내 것이 아닌 어르신들의 벼를 우선 수확해 주기 때문이다. 마을 들판에 서 있는 벼 수확을 다 하고 나서야 자신의 논 벼를 마지막으로 수확한다. 그래야 맘이 편하단다.

수확을 끝내고 나면 이번에는 수매가 남아 있다. 높은 등급을 받고 싶어하는 주민들에게 등급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관리도 해야 하고, 수매에 참여하는 마을주민들을 위해 어묵 등 간식 준비는 평소 몸에 밴 친절에서 절로 나온단다. 이런 친절이 장기집권 하는 이유일까?

보통 사람, 보통 이장을 주창하는 전 이장은 그저 평범함을 강조한다. 이곳 용덕면에서 태어나 의령에서 학교를 다녔고, 한 번도 용덕을 떠난 적이 없는 토박이다.

한때 농사일이 비전이 없다고 생각해 서울까지 다니는 장거리 트럭을 운영하는 운전업에도 종사했다. 그러나 밤낮 구분없이 운전을 하다 보니 허리와 다리가 아파 운전을 그만두었지만, 한 가지 큰 수확을 얻은 게 있다.

오며 가며 눈여겨보았던 지금의 아내 김은경(50) 씨다. 26년 전 회사원이던 아내는 철없이 남편을 따라가야만 되는 줄 알았고, 오랜 시간의 구애 끝에 결혼 승낙을 이끌어 낸 그는 지금 1남 2녀라는 남부럽지 않은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아내 없이는 아무런 일이 되는 게 없을 정도로 아내 역할이 큽니다."

농사일부터 각종 사회단체 봉사까지 자신이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내가 역할 분담을 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평소 밝고 활달한 성격과 친화력이 좋아 면이나 읍에 볼일이 있는 주민이 불편해 할 때마다 자신의 차에 태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신청, 공공근로신청 등을 직접 도와주는 등 주민의 불편함을 떠안고 있다.

이뿐이겠는가? 면사무소 이장회의에 참석해 주민의 불편과 숙원사업도 건의해야 하고, 용덕면 이장단 회의도 주재해야 한다. 특히, 이번 달은 송년회가 있는 달이다. 매년 12월 한 해를 보내면서 용덕면을 위해 고생하신 어르신, 이장, 새마을지도자, 후배들을 초청해 이장단에서 만찬을 제공하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전국이통장연합회 의령군 이장단장도 2년째 맡고 있다. 매년 238명의 이장 선진지 견학과 건의사항, 개선사항을 수렴해 군청과 군의회에도 건의하는 등 탁월한 지도력과 책임감을 보이고 있다. 또 우리밀 생산자위원회 사무국장,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 바르게살기위원회, 농촌지도자회원으로도 수년째 활동하고 있다.

용덕면민 체육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용덕면 청년회원으로도 역할이 크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긍정과 적극적인 자세로 회원 간의 친목도모와 단체 간의 화합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이 결코 평범해 보이진 않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