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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숲속 끝에 반가운 푸른빛 바다

[남해 바래길에서 사부작] (16) 5코스 화전별곡길 코스 훑어보기
미조면 천하마을에서 삼동리 물건방조어부림까지 17㎞ 6시간
편백휴양림서 한숨 돌리고 내산저수지 '화천'따라 걸음 독일마을 지나면 몽돌 해변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6년 08월 19일 금요일

조선 4대 서예가로 이름을 날린 자암 김구(1488~1543)는 남해섬을 화전(花田)이라 부르며 다음과 같이 읊었다. "산천은 기이하게도 빼어나서 유생, 호걸, 준사들이 모여들매 인물들이 번성하니/ 아, 하늘 남쪽 경치 좋고 이름난 곳의 광경 그 경치 어떠한가." 그는 1519년 기묘사화를 당해 개령(경북 김천)에 유배당했다 죄목이 추가되어 남해로 옮겨진다. 이때 남해에서 경기체가 <화전별곡>을 짓는데 남해섬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남해바래길 5코스 화전별곡길은 남해섬의 바다, 산, 강, 들을 두루 거치며 자암 김구가 찬미한 남해의 풍광과 함께하는 구간이다.

◇97번 임도를 걷다 편백 휴양림으로 = 화전별곡길은 남해군 미조면 송정리 천하마을에서 시작한다. 시작부터 길은 남해섬 내륙으로 향한다. 금산에서 시작해 천하마을을 지나 바다로 흘러드는 하천을 왼쪽으로 끼고 걷는다. 하얀 시멘트 길을 10분 정도 걷다 보면 곧 상수원 보호구역 표지판이 나온다. 둑 너머가 천하저수지다. 잔잔한 물결에 비친 초록색 산빛을 보며 한숨을 돌리자. 가끔 불어 오는 바람에 땀을 식힐 수도 있다. 저수지를 지나면서 점점 숲이 깊어진다.

바래길 이정표를 만나면 발길을 오른쪽으로 90도 꺾는다. 거기서부터 97번 임도가 시작된다. 왼편으로 금산(701m) 자락을 끼고 오른편 가마봉(450m) 능선을 지그재그로 지나는 길이다. 널찍한 길이라 불편은 없으나 산길의 고즈넉함이 부족하다.

남해편백휴양림 편백나무 숲.

홀로 걷자니 발치에 걸리는 자갈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길가로 편백이 소담하다. 굽이굽이 산을 휘돌아 다니니 심심하진 않다. 어느 오르막에서 탁 트인 전망을 만난다. 골짜기를 따라 아담하게 자리 잡은 천하저수지를 포함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골짜기 끝에는 천하몽돌해변과 바다 건너 금포마을까지 자리 잡고 있다.

임도가 계속 이어진다. 문득 눈을 드니 깊은 골짜기 너머로 길이 보인다. 묵묵히 수천 보를 걸어야 그곳에 닿을 것이다. 차라리 발아래 이어지는 길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 인도를 걸 은 지 한 시간. 어느 모퉁이를 돌고 나니 문득 팔각정이 나타난다. 한려정이라 적혀 있다. 한려정 입구 한편에 국립 남해편백자연휴양림 등산로 안내도가 서 있다. 지도를 살펴보니 이곳은 편백휴양림 등산로 끝자락에 있는 전망대다.

정자에 오르니 왈칵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올라오면서 한번 뒤돌아 봤던 골짜기 풍경과 천하마을이며 바다 건너 금포마을이 더욱 아득해졌다. 이제는 그 너머 아득한 남해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눈 시린 풍경이다. 등산화를 벗어 던지고 한시름 쉬어가기로 한다.

팔각정에서부터는 남해편백휴양림 지역이다. 길은 이제 내리막이다. 내리막 끝 부분에서 삼거리가 나오면 그대로 직진이다. 조금 더 가면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산악기상 관측 장비가 서 있다. 이렇게 임도를 30분가량 더 걷고 나니 아스팔트 도로와 휴양림 안 숙소들이 나타난다. 여유가 있으면 일부러 편백 숲 안으로 쑥 들어가 보자. 곳곳에 평상이 놓여 있어 쉬기에도 좋다.

하지만, 팔각정에서 충분히 쉬고 난 터라 그냥 스쳐 지난다. 길은 휴양림을 가로질러 매표소로 빠져나온다. 곧 내산저수지다. 1997년 1월에 만들어진 꽤 큰 저수지다. 산과 물이 맞닿은 풍광이 독특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수지 수면에 따라 층층이 물빛이 다르다. 수몰 전 다랑논의 흔적이다. 오른편으로 저수지를 끼고 걷는다. 나비 생태공원 입구에서 다시 바래길 이정표를 만난다. 이제부터는 제법 넒은 아스팔트 도로다. 지나는 차들 속도가 빠르다. 때로 갓길이 좁으니 조심하자.

독일마을에서 본 물건마을과 방조어부림.

◇농촌마을을 끼고 걷다 독일마을로 = 바람흔적미술관 앞 버스정류장을 지나면 곧 저수지 둑이다. 둑에서 바라보면 골짜기를 따라 농지와 마을이 펼쳐져 있다. 여지없는 농촌마을 풍경이다. 바래길은 아스팔트 도로를 버리고 저수지 바로 아래 동네로 향한다. 20여 가구나 됨직한데 내산마을의 끝자락으로 서당터라고 불린다. 마을 길은 큰 소나무 두 그루 사이를 지난다. 논 옆 수로의 졸졸졸 물소리가 시원하고 정겹다. 곧 마을 길을 벗어나 농로로 접어든다. 내산저수지에서 시작하는 하천, '화천'을 따르는 길이다. 내산마을은 왼편에 펼쳐져 있다. 들판 너머 풍경은 첩첩산중이다. 섬이 아니라 내륙 산지 어느 시골길을 걷는 듯하다. 한 시간 정도 더 걷다가 길은 다시 아스팔트 도로로 빠진다. 이렇게 내산마을을 빠져나오면서는 도로를 따라 족히 한 시간은 걸어야 하니 마음을 단단히 먹자. 봉화마을 초입에서 바래길은 도로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하천을 향한다. 새로 지은 다리를 건너면 바로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독일마을까지 1.4㎞. 계속해서 하천을 왼편으로 끼고 걷는다. 하천 건너편으로 봉화마을 풍경이 정겹다. 곧 다리가 나온다. 화암교다. 그러면 오른쪽으로 오르막을 오른다. 독일마을로 가는 방향이다. 제법 많이 걸어온 탓인지 오르막이 만만치 않다. 원예예술촌 입구를 지나 독일마을 주차장 건너편으로 화장실과 마을 관광안내소가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잠시 쉰다.

독일마을부터는 내리막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주황색 지붕의 아담한 주택들이 보여주는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자.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가 됐지만 실제로 산업개발시대 독일로 외화를 벌러 떠나 그곳에 정착했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만년을 보내시는 진짜 마을이다. 그러니 도롯가 작은 집들을 너무 기웃거리지는 말자.

물건마을에서 바라본 독일마을.

마을을 빠져나오면 도로변에 바래길 이정표가 보인다. 건널목을 건너 바로 마을 길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물건 방조어부림까지는 1㎞ 남짓. 독일마을과 비교해 지극히 한국적인 돌담과 지붕들을 따라 걷다 보면 곧 방조어부림을 만난다. 숲은 그늘이 깊다. 그 너머가 곧 바다다. 이 코스만큼 바다가 반가운 때가 있었던가. 방조어부림 앞은 물 맑은 몽돌 해변이다.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덱(deck)길이 만들어져 있다. 숲 속을 걷는 일 자체도 좋지만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이팝나무 등 나무마다 이름을 표시해 놓아 거니는 재미가 있다. 숲 속에서 피로를 풀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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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