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창원시 마산회원구 '돈아방'

여행지를 또렷하게 기억나게 하는 것. 바로 그곳에서 먹어본 음식이다. 음식의 맛과 향을 느끼면서 기억을 더듬게 된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돈아방'은 제주를 떠올리게 했다. 장소가 제주는 아니지만, 제주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잘 차려지고 호화롭게 꾸며진 가게가 아니라, 누구나 부담없이 찾을 수 있을 법한 가게다.

차림표는 간단하다. 제주 흑돼지 혹은 제주 백돼지다. 두껍게 통째로 구워먹을 수 있는 제주산 근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근고기는 고기를 근으로 재는 것에서 유래했는데, 한 근은 600g이다. 흑돼지냐 백돼지냐를 선택하고, 목살인지 오겹살인지를 선택하면 된다.

제주 돼지고기 목살, 오겹살과 멜젓.

박강석(53) 대표는 아내 이승주(44) 씨와 함께 이 제주 근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3년 전 제주 근고기집 사장을 찾아서 한 달가량 맛을 전수했다. 제주까지 직접 가서 제주 근고기 비법을 배운 그는 처음에는 창원 소답동에 근고기집을 열었다. 1년 반 정도 가게를 운영하다 쉬었다가, 최근에 다시 근고기집을 차렸다. 전수한 비법에다 자신만의 비법을 더해서 맛을 냈다고 했다.

먼저 백돼지 목살, 오겹살을 주문했다. 고기 한 덩어리는 400g, 600g 두 종류가 있다. 계란찜, 파절임, 명이나물 장아찌, 상추 등의 반찬이 나왔다. 두툼한 목살, 오겹살 고깃덩어리 2개가 연탄불을 피운 불판 위에 올랐다. 박 대표가 직접 고기를 구웠다. 모든 테이블에 있는 고기는 손님이 아니라 주인 부부가 굽는다. 고기가 두꺼워서 손님이 굽기 어렵다고. 기술이 없는 사람이 자칫 잘못 구웠다가는 고기를 태우기 일쑤라고 했다. 박 대표는 연방 발로 연탄불 구멍을 조절했다. 이리저리 뒤집어 가며 고기를 익혔다. 육즙이 많이 든 목살을 먼저 구워냈다. 육즙이 촉촉하게 있을 때 맛있게 먹기 위해서다.

김치찌개.

익힌 목살은 쫄깃했다. 불 향이 더해져 고기 잡내도 크게 나지 않는 듯했다. 비곗살이 많은 오겹살은 구수하고 담백했다. 제주식대로 구운 고기를 '멜젓'에 찍어 먹으니 그 독특한 향이 첨가돼 맛이 배가됐다. 멜젓은 멸치 젓갈이다. 익힌 멸치 젓갈에 마늘, 고추, 술을 넣고 끓여서 만들었다.

흑돼지를 조금 추가해서 맛봤다. 백돼지보다 더 고소한 듯했다.

제주산 돼지고기는 조금씩 자주 주문해서 가져온다고 했다. 일주일에 2, 3번 주문해서 비행기, 택배를 통해 가게까지 오는 것이라고 했다.

제주에서는 보통 근고기를 주문하면 목살, 오겹살을 섞어서 내는데, 이곳은 손님이 원하는 대로 부위를 낸다고 했다. 부위별 가격은 같다.

제주산 돼지고기에 제주산 술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고기와 함께 시원한 동치미 국물 맛도 일품이다. 함안 고향집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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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앞다리살, 김치를 넣고 끓여낸 김치찌개도 밥과 함께 먹으니 든든하다.

제주의 맛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반가운 장소다.

◇메뉴 △제주흑돼지 400g 3만 6000원 △제주흑돼지 600g 5만 4000원 △제주백돼지 400g 2만 8000원 △제주백돼지 600g 4만 2000원

◇위치: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숲길 30.

◇전화: 010-4174-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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