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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년 전 시간 여행 떠나는 객석과 무대

[그리스 섬이 주는 힌트] (5) 살아 있는 유적, 고대 극장
기원전 지은 극장에서 해마다 연극 축제 열려 항공편 관람객까지
1만 4000석 마이크 없이 대사 전달…석회암·공간구조 음향 효과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6년 12월 13일 화요일

마지막으로 섬이 아니라 그리스 본토 남쪽에 있는 펠레폰네소스 반도로 가보겠습니다. 아, 1893년 고린도 운하가 완공되고서는 반도가 아니라 섬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아무튼, 이 반도 북동쪽 에피다우로스라는 곳에 경이로운 고대극장이 하나 있습니다. 지명을 그대로 따 '에피다우로스 극장'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최고의 고대 원형 극장

에피다우로스 극장은 그리스 고대 극장 중 아름다움과 균형미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곳입니다. 현대에 이뤄진 평가가 아닙니다. 기원후 2세기 그리스의 한 지리학자도 고대 로마의 그 웅장하고 화려한 극장들마저도 이곳과 견주지는 못한다고 했다지요. 이 극장은 기원전 330년경 근처 아르고스라는 도시에서 온 조각가이자 건축가, 폴리클레이토스 2세가 지었답니다. 당시에는 6000석 규모였고요. 기원전 2세기 로마시대에 증축되면서 1만 4000석 정도 규모가 됩니다. 극장은 지름 20m 원형 무대를 중심으로 방사형 계단을 형성하며 객석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극장 전체 지름은 129m라네요. 아테네 전성기에 건설된 가장 완벽한 기하학적 구조라는 찬사와 더불어 이 극장이 유명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음향효과입니다.

원형 무대 중앙에서 동전을 떨어뜨리면 110m나 떨어진 가장 뒤에 있는 객석에서도 소리가 들린답니다. 가장 높은 객석 뒤에 서서 들으니 진짜로 들리더군요. 또 관광객들이 무대에 원을 그리고 서서 손뼉을 치는데 그 울림이 쩌렁쩌렁했습니다. 원을 넓혔다 줄였다 하니 위치에 따라 울림이 달랐습니다. 무대에서 연극배우가 마이크를 쓰지 않고 대사를 해도, 1만 4000명의 관객이 모두 명확하게 그것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최근 연구를 통해 극장 건축 재료인 석회암이 저주파를 흡수해 소음을 줄이고, 고주파는 반사해 음을 증폭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걸 알아냈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 극장 중 아름다움과 균형미가 최고라는 에피다우로스 고대극장. 놀라운 음향효과로 유명하다./이서후 기자

◇지금도 유명한 공연 장소

기원전에 만들어졌다는 에피다우로스 극장이 지금도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이유는 뭘까요. 오랜 세월 6m가 넘는 땅속에 묻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큰 지진으로 그렇게 됐답니다. 이곳을 발견한 사람은 파나기스 카바디아스란 고고학자입니다. 그는 마을 근처 평범한 언덕, 올리브 과수원이던 이곳에 극장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진짜로 극장을 찾아내지요. 1881년 봄의 일입니다. 그로부터 6년간 열심히 발굴을 했고, 1985년부터는 에피다우로스 기념물 보존위원회에서 발굴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죠.

에피다우로스 극장이 고대 유적이라고 해서 그저 구경만 하는 관광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지금도 실제로 연극 공연이 이뤄지고 있거든요. 매년 6월에서 8월까지 여름철에 열리는 에피다우로스 페스티벌이 대표적입니다. 이때가 되면 토요일 밤마다 이곳에서 연극 공연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2400년 전에 지은 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라니요. 실제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공연 영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고대 극장 자체 음향 효과를 이용해 마이크 없이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며 객석을 가득 메운 현대인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멋진 장면인지요. 실제 그 자리에 있다면 느낌이 더욱 색다르겠습니다. 그리스는 물론 전 세계에서 이 공연을 보려고 몰려오는 이유기도 하겠지요. 요즘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오전에 비행기를 타고 와 저녁에 공연을 보고 다음 날 바로 돌아가는 이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페스티벌이 지금 그리스의 대표적인 여름 축제라고 합니다. 유적 규모보다 주차장이 좀 넓지 않나 싶었는데, 이 페스티벌을 위한 것이었나 보네요. <끝>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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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국장석 기자. 15면 미디어. 20면 제휴 뉴스. 행복한 셀카 등 지역민참여보도. 한국 속 경남 등 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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