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뛰어넘는 표 차이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이 가결된 다음날, 다시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은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민은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헌법재판소에서 손을 들어주지 않는 한 박 대통령 탄핵은 없던 일이 되고 만다. 결과를 낙관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헌재 재판관 구성이 보수 일색이 된 점을 우려한다. 물론 국회가 헌정 질서를 유린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국민적 염원을 따랐듯이 헌재도 민의에 충실하기를 바라지만, 헌재의 판단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을 기각하더라도 이미 정치적으로 만신창이가 돼버린 박 대통령은 잔여 임기 동안 식물 대통령 신세를 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국민의 마음에서 탄핵당한 박 대통령은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대통령이 헌재의 심판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며 자리에 연연할수록 촛불은 계속 켜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말기 다음 대선 준비와 맞물리는 시점에서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 체제가 꾸려진 것도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파란이 될 수도 있다. 야당에서 정부와 정당 간 협의체를 꾸리자는 의견이 나오는 점은 차기 정권에 대한 욕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헌재도 탄핵심판을 서둘러야 하겠지만 여야도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려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 대통령 탄핵 가결을 추동한 민심은 대통령 한 사람이 물러나는 것을 종착역으로 삼지 않는다. 대통령이 비선실세를 동원하여 헌정을 유린한 사태는 이 나라 수구 기득권 세력의 본질에 가닿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 탄핵은 분단 이후 이 나라를 틀어쥔 수구보수 세력에 일격을 가한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 탄핵이 끝이 아니라 처음이라는 의미는 대통령 탄핵을 대한민국이 정상화하는 계기의 출발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정교과서와 사드배치 철회, 한일군사강화 저지, 위안부 문제 재협상, 개성공단 재개, 정경유착 종식 등 박근혜 정부가 행한 반민주 정책의 정상화야말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 촛불을 동력으로 시민사회가 정치권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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