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문화 관광의 미래 그리스 섬이 주는 힌트] (4) 미코노스섬의 골목들
히피족·동성애자 찾은 섬

매년 6월에서 8월 여름 성수기가 되면 미코노스섬은 광란의 도가니가 됩니다. 온 유럽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방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클럽과 바들은 밤새 음악을 틀어놓고요. 파티는 24시간 끊이지 않습니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정도라네요. 누드 비치와 동성애로 유명한 곳, 세계 패션 유행을 선도하는 곳, 유럽 젊은이들이 한 번은 꼭 와본다는 그 섬, 미코노스. 넓이가 남해군 3분의 1 정도, 인구는 1만 명이 조금 넘는 이 조그만 섬에 불나방처럼 청춘들이 몰려드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히피들이 찾아든 낙원

미코노스는 그리스 남쪽 에게해에 있는 키클라데스 제도 한 가운데 있는 섬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원고를 쓰기 시작한 곳이죠. 또 전쟁 영화 중 가장 낭만적이라고 일컫는 <지중해>(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 1991)가 이곳을 배경으로 합니다. 액션 영화 제이슨 본 시리즈 중 <본 아이덴티티>(2002)에도 미코노스가 등장합니다.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는 카피로 유명한 안성기의 오래된 커피 광고 중 한편도 이곳에서 제작됩니다. 이 정도만으로 미코노스가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곳이 된 건 아니겠지요.

시작은 히피족들이었다고 합니다. 히피는 반물질문명, 친자연주의를 내세우는데, 60년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에 유행했지요. 유랑을 하던 히피족들이 찾아낸 그들만의 낙원이 미코노스 섬 남부에 있는 파라다이스 비치라고 합니다. 지금은 유명한 누드 비치가 됐죠. 히피들은 섬 주민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 했고, 섬 주민들 역시 이들에게 생필품을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히피들을 내치지 않을 만큼 미코노스 사람들의 마음이 열려있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당시 섬에 성당이 400곳(지금은 800곳)이나 있을 만큼 신앙이 깊은 곳인데도 말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이곳에 동성애자들도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이 섬으로 도망친 동성애자들을 이 섬의 신부님이 나서서 품어주었다는 이야기도 전합니다. 자유를 꿈꾸는 예술가들도 미코노스에 둥지를 틀기 시작합니다. 미코노스가 유럽 젊은이들에게 자유의 상징처럼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스 미코노스 호라마을 골목 구석구석 주민이 차린 가게가 있다./이서후 기자

◇미로같이 얽힌 골목의 매력

미코노스는 키클라데스 제도에 속한 여느 섬처럼 집들이 모두 하얀색입니다. 지중해바람을 막으려고 회반죽을 칠한 것이지요. 하지만, 미코노스만의 특색이 하나 있습니다. 섬 중심지인 호라마을에 있는 골목입니다. 그리스섬에는 어디나 '호라'라는 지명이 있습니다. 외적이나 해적의 침입에 대비한 방어시설인데요, 주로 높은 곳에 있지요.

그런데 미코노스만 유일하게 바닷가에 붙어 있습니다.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 자체가 훌륭한 방어시설이기 때문인데요. 옛날에 외적이 쳐들어오면 주민들이 모두 지붕으로 올라갔답니다. 그곳에서 골목에서 길을 잃고 뱅글뱅글 돌다 지친 적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멋모르고 들어갔다가는 길을 잃기 딱 좋습니다. 실제로 들어가 보니 같은 골목을 몇 번이나 지나치게 되더군요. 일행을 잃어버린 관광객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미코노스 골목에서는 길을 잃어도 상관없습니다. 골목 자체가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골목을 들어가도 세상에 이런 예쁜 곳이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하얀 골목마다 앙증맞은 가게나 카페가 들어서 있습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 구경하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그렇다고 골목을 특별하게 꾸민 것도 아닙니다. 미로 같은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러니 관광객들도 자주 길을 잃지요. 혹시나 관광객들이 불평을 해도 미로 같은 골목이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이것이야말로 미코노스의 개성이니까요. 구석구석 작은 가게와 카페들은 대부분 이곳 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답니다. 대부분 집을 사업자들이 사들인 산토리니와는 다른 부분이지요. 또 하나 미코노스는 지금도 '하얀 집'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다른 색을 허용한 산토리니와 다르지요.

만약 미코노스 골목에서 정말로 길을 잃었다면 신선한 바람을 따라가세요. 그러면 해변으로 나가게 됩니다.

비슷한 골목 모습에 길을 잃기 쉽지만 호라마을의 특색으로 남는다./이서후 기자

◇미코노스의 건물들

호라마을 옆 언덕에 있는 풍차는 미코노스섬의 상징건물입니다. 원래는 곡물을 빻는 용도로 쓰였답니다. 미코노스에는 북쪽에서 바람이 많이 불어옵니다. 그래서 섬 곳곳에 풍차가 있었다고 합니다. 주변 섬에서 이곳을 찾아 곡식을 빻았다고 하지요. 20세기 중반 이후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 사라지고, 지금은 7개가 남아있습니다. 이 중 하나는 몸통만 있고요. 나머지도 실제로 쓰는 것은 아닙니다. 언덕을 내려오면 '리틀 베니스'라 불리는 조그만 해변이 나옵니다. 바닷가에 찰싹 붙어 있는 건물들이 인상적이지요. 이 두 곳은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하지만, 미코노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 무엇이냐고 하면 저는 파라포르티아니 교회를 꼽겠습니다. 자세히 보면 아래에 조그만 교회 4개, 그 위에 하나가 올려져 교회 5개가 붙어 있습니다. 파라포르티아니란 말은 성문 옆 교회라는 뜻입니다. 실제 중세시대에 성문 옆에 지어진 교회거든요. 지금 성문은 사라지고 없고요, 성문과 교회를 연결한 일부 담벼락이 마치 원래 교회 일부였다는 듯 남아있습니다. 담벼락은 닳고 닳아 모서리가 뭉툭해졌습니다. 이 모습이 오히려 묘하게 아름답습니다. 이 교회 건물의 독특함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지었겠지만, 결국에는 시간이 만들어낸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미코노스 상징건물 풍차./이서후 기자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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