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세 가지 탄핵사유…'국민들 신임 상실한 경우'에 해당

9일, 국회가 발의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에 대하여 234명의 국회의원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되었다. 탄핵소추안이 담고 있는 탄핵의 사유는 크게 헌법위반과 법률위반이다.

헌법위반 사항으로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헌법 제88조, 제89조),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직업공무원 제도(헌법 제7조),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헌법 제78조), 평등원칙(헌법 제11조) 조항 재산권 보장(헌법 제23조 제1항),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기본적 인권보장 의무(헌법 제10조), 시장경제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헌법 제66조 2항, 제69조) 생명권 보장(헌법 제10조)을 들고 있다.

법률위반 사항으로는 ①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설립·모금 관련 범죄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를, ②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관련 범죄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를, ③최순실 등에 대한 특혜 제공 관련 범죄로 케이디코퍼레이션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플레이그라운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주식회사 포스코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주식회사 케이티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그랜드코리아레저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를, ④문서 유출 및 공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 관련 범죄를 각각 적용하였다.

먼저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것인지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예상보다 많은 수의 국회의원들이 찬성에 가담하였다. 소위 친박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상당수 탄핵에 동참한 것이다. 이미 국민여론이 압도적으로 탄핵을 바라고 있고 대통령의 범죄행위가 상당수 확인된 상태에서 탄핵소추안에 반대해야 할 아무런 명분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들의 정치적인 생명에 위험을 느끼면서 대통령을 마냥 감싸고 있을 수도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그동안 탄핵여부를 결정하면서 정치권, 특히 야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다가 국민여론에 떠밀려서 탄핵발의를 추진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대통령의 직무집행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 분명한 이상 국회가 가지고 있는 탄핵소추권을 행사하면서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 정치권의 책임 있는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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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열린 제6차 촛불집회 모습./오마이뉴스

부정적 국민 여론, 헌재 결정에 영향 미칠 듯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헌법 제65조 제3항). 따라서 국무총리 등 법률에서 정한 순서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주요 공직자의 인사권 등의 행사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대통령의 일상적인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고 봐야한다. 직무가 정지되는 대통령은 직무수행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에 대한 대우를 그대로 받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의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는 결정을 할 것인가? 그동안 탄핵소추가 미뤄졌던 이유 중의 하나가 헌법재판소의 구성이 보수적 성향의 재판관들로 이루어져 쉽사리 탄핵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 등 정치적인 사건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 왔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부정적이고,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점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한 수사결과 대통령의 범죄혐의가 상당부분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또한 특검이 진행되면 다른 혐의들도 상당부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의 범죄가 박근혜 대통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순실 등 측근들의 비리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폭로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를 부인하면서 감싸왔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심리할 것인가, 어떤 경우에 탄핵결정을 한 것인가의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살펴봄으로써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 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당해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제53조 제1항에서)"고 규정한다. 한편 헌법 제65조 제1항에서는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탄핵사유로 들고 있다.

그렇다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위반의 경우에 모두 탄핵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석할 경우에는 탄핵제도가 남용되어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중단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 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모든 경우가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에 한한다고 봐야 한다.

헌재 탄핵소추 기각 결정이 어려운 이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며, 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 국론의 분열현상 즉,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파면효과가 이와 같이 중대하다면,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이에 상응하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헌재 2004. 5. 14. 선고 2004헌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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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박한철 소장./오마이뉴스

결국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할 것인지는 단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그 위반사항이 중대하여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더 이상 대통령으로써 국정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탄핵사유를 충족시키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첫 번째 탄핵사유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의 직무집행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 경우다. 따라서 재직 이전의 행위는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헌법'에는 명문의 헌법규정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형성되어 확립된 불문헌법도 포함된다. '법률'이란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 아니라 그와 등등한 효력을 가지는 국제조약,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등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되어야 하기 때문에 측근비리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대통령이 그러한 행위를 지시·방조하였다거나 기타 불법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탄핵사유에 해당한다.

세 번째로 헌법이나 법률위반의 정도가 중대해야 한다. 중대하다는 의미는 대통령으로써 국정수행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들의 신임을 상실한 경우에 해당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에는 최순실 등 측근들의 범법행위에 공범으로 표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측근들의 비리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거론될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두둔해 왔다. 심지어 그러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국기를 문란케 하는 행위라고 공격하면서 오히려 측근들을 감싸왔다. 최소한 민정라인 등을 통해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따라서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측근들의 비리일 뿐이라고 발뺌할 수도 없다.

또한 대통령을 비롯한 측근들의 범죄는 형법상으로도 중대한 범죄들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짓밟으면서 수백억 원의 뇌물을 받고 직권을 남용하였으며,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반복해 왔다. 이미 국민들은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자세다. 여론조사를 통한 지지율이 4∼5%에 머물러 있고, 매주 촛불집회 때마다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있다. 더욱이 반대시위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어떤 이유로도 대통령(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오마이뉴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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