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94) 충북 괴산군 '산막이 옛길'
댐 건설로 하천이 호수 되자 산비탈 걸어 건너편 가던 길
운치있는 풍경 곳곳 전설 담겨 이제 산책하기 좋은 명소로

백두대간에서 한남금북정맥이 갈라져 남한강의 달천과 금강의 보강천이 흐르는 우리나라 정중앙 충청북도 괴산. 괴산은 서쪽으로 치우친 증평읍 부근을 빼면 대부분 산지다. 지도를 바라봐도 온통 초록색이다.

이 중에서도 산으로 막힌 마을이 있다. 산이 장막처럼 둘러싸고 있어 막혀 있다는 뜻의 '산막이 마을'.

산으로 막힌 마을은 달천을 가로질러 건너야만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오지 중 오지였다. 마을 사람들은 산에서 채취한 버섯, 나물, 약초 등을 강 건너 읍내 장에 내다 파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었으리라.

하지만 댐이 건설되면서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였던 물길마저 사라졌고 마을은 더욱 오지가 됐다. 먹고살아야 했던 주민들은 발아래로는 호수가 펼쳐지고 산 옆 허리를 둘러 비탈길을 걸었다. '산막이 옛길'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 마을을 이어주던 10리 길, 즉 4km에 걸친 옛길이다.

충북 괴산군 '산막이 옛길'에서 본 호수와 건너편 마을.

세월은 무심히 흘렀고 이제 이곳엔 사계절 언제 가도 걷기 좋은 길이 만들어졌다. 발아래로는 호수가 펼쳐지고 구불구불 옛길에는 전설인 듯 동화인 듯 이야기를 품었다.

타닥타닥. 마른 낙엽이 발밑에서 겨울을 부른다. 주차장부터 제법 사람이 붐빈다. 표고버섯과 각종 약재와 주전부리를 파는 상인들이 입구에서 관광객을 맞는다.

옛길로 떠나는 여정은 소나무 동산부터다. 40년 수령의 소나무가 동산을 이뤘다. 구불구불 뻗은 소나무와 단정하게 쌓은 돌담길이 제법 운치가 있다.

이내 괴산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산막이 옛길을 탄생시킨 괴산댐이 저만치 위용을 드러낸다. 괴산댐은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달천을 가로막아 건설한 댐식 발전소다. 우리나라 최초로 우리 기술로 건설했단다.

소나무 동산을 가로지르는 소나무 출렁다리는 산막이 옛길 명소 중 하나다. 걸음걸음 제법 흔들리는 다리를 신중하게 건너고 나면 이야기와 사연을 담은 길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지금은 연못이지만 예부터 벼를 재배했던 논으로 오로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의존해 모를 심었다는 연화담을 지나면 노루·토끼· 꿩 등 야생동물이 오가며 목을 축이는 샘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노루샘이 기다린다.

소나무 출렁다리

실제로 호랑이가 살았다고 전하는 호랑이굴,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아오를 것만 같은 매의 머리 형상을 한 매바위는 그 신비로운 모습이 걸음을 붙잡는다.

여우비(여름철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와 한낮의 더위를 피하며 잠시 쉬어가던 여우비 바위굴, 걷지 못하는 사람이 지나다가 물을 마시고 난 후 걸어서 갔다고 전해지는 앉은뱅이 약수에 다다라서는 잠시 목을 축인다.

얼음바람골이라 적힌 표지판 앞에서 고개를 젖히고 골짜기를 바라본다. 골짜기 안에 바람이 길을 걷는 자의 땀을 시원하게 씻어주고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의 바람이 불어 온단다.

자연이 만든 해독할 수 없는 상형문자가 신비롭게 새겨진 뫼 산(山)자 형상을 한 괴산바위를 지나 투명강화유리를 설치해 발아래 괴산호가 흐르는 꾀꼬리 전망대에 섰다.

아래로는 호수, 옆으로는 기암괴석과 함께 오르는 40개의 덱으로 이뤄진 마흔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옮기며 사색에 잠긴다.

마흔 고개 끝에 섰다. 다래 숲 동굴과 진달래 동산을 지나면 드디어 산막이 마을에 도착한다.

산막이 마을은 몇 가구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한적한 산막이 마을 안 쪽에는 카페와 주막, 그리고 하룻밤 쉬어갈 수 있는 민박집도 있다.

산막이 마을 입구 선착장에 도착하면 산막이 옛길 짧은 여정이 끝난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산막이 옛길 입구인 차돌바위선착장으로 돌아 나오는 방법도 있다.

요금은 편도 5000원인데 사람이 어느 정도 모이면 수시로 운항한다. 산막집 선착장에서 선유대를 지나 괴산호 최상류인 세뱅이까지 운항하는 관광유람선(대인 1만 원)도 있다. 이 유람선은 산막이 옛길 반대편으로 선상유람을 한 뒤 산막이 선착장을 거쳐 차돌바위선착장까지 운항한다.

괴산호를 가로지르기로 했다.

배 위에서 걸어왔던 길을 눈으로 되짚는다. 새로운 풍경이 다시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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