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운명적인 날을 맞았다. 오늘 국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역사의 향방이 정해지겠지만 문제는 통과가 되든 되지 않든 예측 불투명한 미래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법과 원칙을 따르는 것이 그나마 혼란을 최소화하고 정치 정의를 확립하는 첩경임이 분명한 바에는 탄핵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탄핵이 부결되면 대통령은 원기를 되찾을 것이다. 그러면 촛불민심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자명하다. 이미 권위와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을 향한 퇴진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이며 촛불은 횃불이 되어 강력하게 불타오를 것이다. 그 뒤의 정국이 어떻게 흐를지는 예단을 불허한다. 그간의 움직임으로 보아 시민은 누적된 피로감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좋은 결말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대치상태가 길어지고 가뜩이나 나쁜 경제상황은 재충전의 기회를 놓치게 될지도 알 수 없다.

난국을 헤치고 새로운 질서의 초석을 놓는 방법론으로 탄핵이 강조되는 이유가 그와 같다고 할 것이다. 청와대는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지켜보며 퇴진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한편 기각결정이라는 한 가닥 기대심리까지 가진 게 확실하다. 그 구도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어쩌면 남은 임기를 거의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희망사항에 불과할 것이다. 정권도덕성은 벌써 땅에 떨어졌으며 민심은 떠났다. 그걸 되찾아 건강한 정부를 일으켜 세우는 유일한 길이 탄핵임은 부정할 수 없다.

마지막 결단의 순간에 비박계가 세월호 7시간을 볼모잡아 또 한차례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중론으로 의견을 모았으면 그대로 따르는 것이 정치도의상 맞을 뿐만 아니라 민심과도 손잡는 일이 아니겠는가. 부결되면 자신들의 설 자리마저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일단 탄핵으로 법치를 확인한 후 그다음 문제를 논의하는 대국적 관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당파를 떠나 민의의 대변자로서 국회의 본 기능에 충실하자면 탄핵은 피할 수 없는, 피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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