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소속 17명 '민심 인식' "국가시스템 붕괴…책임 져야"
3명 탄핵 반대·나머지 응답 피해

경남도의회 의원 절반가량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도민일보>가 도의원 53명을 대상으로 8일과 9일 이틀 동안 휴대전화 등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탄핵 찬성 의원이 23명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부분은 구체적인 응답을 피했으나 탄핵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보인 사람도 3명으로 집계됐다. 새누리당(47명)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환경 속에도 탄핵 찬성 여론이 높게 나왔다.

탄핵 찬성 의원 23명 중에서 무소속, 야권 6명을 제외한 새누리당 의원이 17명이나 됐다. 전국 수백만 촛불 민심, 지역에서도 타오르는 탄핵 열기, 지역구 국회의원 의중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천영기(새누리당·통영2) 의원은 "지금 촛불 현상은 전례가 없는 규모다. 민심이 천심이다", 안철우(새누리당·거창1) 의원은 "탄핵이 거스를 수 없는 전체 민심"이라는 말로 촛불이 지닌 엄중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이 같은 외부적 요인 외에도 그동안 박근혜 정부 탄생과 성공을 위해 쏟은 열과 성이 민간인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배신행위'로 돌아온 데 대한 자괴감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박근혜퇴진경남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새누리당 경남도당 앞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박근혜 탄핵 찬성 동참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예상원(새누리당·밀양1) 의원은 "대통령 당선에 헌신한 수많은 사람이 기울인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든 책임을 반드시 박 대통령은 져야 한다"면서 "지금은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했다. 이 일로 외교는 물론 수출 등 경제 분야 파급력도 상당해 국가 신뢰도 하락, 국익 손상 문제가 심각하다. 신뢰받지 못하는 나라, 그 나라의 국민으로 사는 자괴감을 모든 국민이 느끼고 있을 거라 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탄핵 사태를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태어나는 '국가대개조'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부영(무소속·창녕1) 의원은 "외교, 경제, 안보 모든 분야에서 후퇴만을 가져 온 박 대통령은 이미 존재가치가 없다"면서 "다음 권력이 누가 되든 30년이 넘은 현 통치 체제가 지닌 문제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탄핵 이후 개헌을 비롯한 모든 국가 사회적 대개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탄핵을 이들 논의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옥영문(새누리당·거제1) 의원도 "이번에 민간인 국정농단 사태가 잘 터졌다. 세월호 참사 2년이 흘렀는데도 달라진 게 하나 없는 대한민국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이나 병폐 다 털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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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탄핵을 반대하는 의원들 생각도 완고했다.

박해영(새누리당·창원2) 의원은 "앞으로 특검 등 절차가 남았으니 수사를 더 하고 결정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면서 "범죄 사실이 완전히 입증된 후에 탄핵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박 의원은 아울러 "한 나라 수장을 뽑는 데 있어 충분한 사전 준비와 검증이 필요한 게 당연하다"면서 "이렇게 갑자기 기간을 단축해 진행하는 건 부작용이 우려된다. (애초 당론대로) 4월 안에 하야하고 기간을 두고 6월에 선거를 치르는 방법도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정연희(새누리당·창원3) 의원은 "아직 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돈을 받고 촛불집회에 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촛불이 되레 나라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삼동(새누리당·창원10) 의원은 "박 대통령이 4월에 직을 그만두겠다고 했으니 그동안 국익에 우선한 대안을 찾는 게 먼저"라면서 "화이부동(和而不同·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한데 어울리지 않는 일) 자세로 국민 의지를 담아낼 건 담아내고 참을 건 참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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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나 반대 입장을 내비친 의원들은 대체로 "도의원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국회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응답을 내놨다. 하지만 대체로 탄핵에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했다. 매 주말 도내 전역에서도 2만~3만 가까운 도민이 광장에 나와 박 대통령 탄핵과 퇴진을 외치고 있다. 그 민심의 향방이 오늘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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