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오늘 오후 2시 본회의 열어 탄핵소추안 표결 처리
새누리 비박 50여 명 동참 유력…부결 땐 '혁명적 상황'
가결 이후 '황교안 총리 거취''친박-비박 공존'등 주목

결전의 날이 밝았다.

국회는 오늘(9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야권·무소속 의원 171명이 발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50여 명에 이르는 새누리당 비박 진영의 동참으로 가결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만에 하나 있을 부결 시 파장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탄핵안 부결은 곧 '혁명적 상황'을 의미한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야 3당은 부결될 경우 의원직 총사퇴를 공언한 상태다. 수백만 촛불 민심과 함께 전면적인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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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을 다음 국회 때 재상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막판 이탈 또는 배신한(?) 새누리당 비박계를 믿고 무리수를 던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정권 퇴진 투쟁에 더해 '국회 해산' '당 해체' 등을 촉구하는 새누리당을 향한 초강경 투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230만 명이 모였던 촛불 민심 역시 더욱 거세게 타오를 수밖에 없다. 그간 자제해왔던 물리적 수단의 등장 가능성도 커진다. 촛불이나 야권이나 대통령 '즉각 퇴진' 외에 다른 퇴로는 아예 생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 일각은 심지어 탄핵 가결 시에도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김해 을) 의원은 8일 "박 대통령도 거취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하지 않았나"며 "탄핵안이 가결된다는 것은 국회의 결정이 내려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실화할 확률은 그러나 높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국회 정문 앞에 한 시민사회단체가 내건 '탄핵 박근혜 퇴진' 깃발이 바람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 자신이 헌법재판소 심판 과정에 "차분하고 담담하게" 대응할 각오를 내비쳤을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물론 야권 내부에서도 이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7일 KBS와 인터뷰에서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국민들은 아마 (헌재를 향해서) 빨리 탄핵 쪽으로 심판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즉각 퇴진론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게 될 황교안 현 국무총리의 거취 역시 도마에 올라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7일 "국민이 황교안 대행 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공세를 예고했다. 추 대표는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며 "탄핵안이 가결되면 즉시 '정치 회담'을 개최해서 '국민추천 총리 방안' 등을 포함해 논의를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친박·비박 예외 없이 반발하고 있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8일 B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황교안 총리 해임 요구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며 "야권이 자기들이 해야 할 역할·직무를 하지 않고 지금 와서 유불리를 따져가면서 나오는 것 자체가 정말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추천 총리' 등이 가능하려면 황 총리 스스로 사퇴해야 하는데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이는 까닭이다. 이 경우 야권의 선택은 탄핵과 장외투쟁 둘뿐이다. 모두 물론 가시밭길이다. 탄핵은 새누리당 반대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고 장외투쟁 또한 대통령 탄핵 이후 동력이 얼마나 붙을지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초·중반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야권이 투쟁 기조를 지속하기보다는 국정 안정과 경제 대안, 민생 회복 등에 주력할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보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될 수밖에 없는 이슈는 새누리당의 향배다. 당 쇄신과 지도부 사퇴, 대통령 탄핵안 등을 놓고 극한 대립을 빚어온 친박-비박계가 과연 '한 지붕' 아래 공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그러나 물밑에서만 "나가려면 빨리 나가라" "대통령 눈과 귀를 가린 친박 인사를 솎아내야 한다" 같은 험악한 말이 오갈 뿐,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의아하리만큼(?) '차분하고 담담한' 모습의 양 진영이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피할 수 없는 대세를 인정하고 다음 정권 재창출에 함께 매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비상시국위원회(당 비주류 모임) 실무위원장인 김재경(진주 을) 의원은 "그간 잘못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지 왜 피해자인 우리들(비박계)이 당을 뛰쳐나가야 하느냐는 기류가 아직 강하다"며 "탄핵안이 가결되면 앞으로 당내 민주화 등 여러 과정이 있을 텐데 걱정하지 않는다. 국민뿐 아니라 보수의 미래가,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 소위 말하는 대선 주자 모두가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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