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공 청문회 이후 한 세대가 흘렀건만 정경유착 비리로 대기업의 자식 세대 총수들이 부모 세대와 똑 닮은 모습으로 청문회장에 섰다. 정경유착이란 고질병 때문에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이 9명이나 한꺼번에 불려 나와 공개적으로 추궁을 받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장장 28년이란 역사가 그대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글로벌 기업성장의 화려한 이면에 항상 악마의 거래가 도사리고 있었던 사실이 재현되자 나라 전체에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그런데다 박근혜 게이트와 재벌의 비리 사슬이 조금이라도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 앞에 모르쇠 답변과 궁색한 변명만 읊는 총수들의 뻔뻔함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오심이 치밀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를 오고 간 수백억~수천억 원은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며 빼낸 돈이다. 아무리 권력의 서슬이 시퍼레도 그렇지 재벌들은 성실하게 일한 국민의 허리띠를 졸라가며 끌어 모은 돈을 대통령과 비선 집단에 가져다 바치고는 상상이 안 가는 대가를 받는 짓을 서슴지 않았으니 조직범죄 최상의 공범들이라 하겠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300조 원의 거대 그룹을 물려받으면서 세금으로 겨우 16억 원만 냈다. 그것도 고령화 시대의 노후에 생명줄 같은 국민연금을 털어가며 그룹 승계를 저질렀다. 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요, 분하고 원통한 일이다.

추잡한 정치스캔들과 정경유착으로 말미암아 한국 경제와 간판 기업의 국제적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연일 퍼부어대고 있다. 회생과 나락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정경유착의 거간꾼 노릇을 한 전경련 해체는 당연한 수순에 불과하다. 그것만으로 족할 리 없으니 비리와 범죄로 얼룩진 한국경제에서 정경유착을 뿌리째 뽑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이다.

대통령이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기업의 주리를 틀어가며 비선 실세의 배를 불리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하고 응징해야 한다.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반대급부를 노린 재벌의 공모에 대해서도 절대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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