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선수]창원대 양궁 임해진…부상·가정형편 등 불운 딛고 칠전팔기로 다시 잡은 '활'

겨울로 접어들며 농구 등 일부를 제외하고 시즌이 끝난 종목은 사실상 비수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지금이 더 중요한 시기다. 각종 대회가 마무리되면서 뉴스에서는 사라졌지만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담금질에 여념이 없다. 오히려 여름보다 더 많은 땀을 쏟아낸다. 좌절을 극복하고자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는 선수, 어려움을 견뎌내고 새로운 출발점에서 도약을 준비하는 이들, 월등한 기량으로 내년 그리고 그 이후가 기대되는 선수들을 현장에서 만나본다.

"꼭 기억해주세요. 4년 뒤 TV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

도쿄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다부진 꿈을 가진 임해진(21·창원대 체육학과 1년) 선수. 그는 젊은 나이에 몇 차례 좌절을 겪으면서 양궁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견뎌내고는 다시 활을 잡고 오뚝이처럼 당당히 섰다. 올해 충남 전국체전에서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미선을 제치고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전국체전 금메달은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라고 말했다. "가장 사랑하던 양궁을 다시 하게 돼 몹시 행복해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꼭 지켜봐 주세요."

창원대 체육학과 양궁 임해진 선수.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다음은 일문일답.

-언제 양궁을 시작했나?

"운동신경이 특출났거나 그랬던 건 아니고요. 원래 집이 경기도 여주거든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너무 산만해서 집중력 강화를 위해 사격을 해보라는 부모님 권유로 알아보다 유사한 양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해보니까 적성에도 맞고 재미났어요. 당연히 성적도 예상보다 잘 나왔어요. 초등학교 5학년부터 두각을 드러내면서 전국대회에 나가면 3관왕도 하고…. 메달 없이 돌아온 적이 없었어요. 경기도에서는 제일 잘해서 당시에는 신궁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호호."

-그동안 많은 좌절을 겪었다는데?

"중학교 때 체력훈련 강도가 심하니까 초등학교 때 안 좋아도 그냥 넘어갔던 것이 도지면서 왼쪽 손목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양궁을 접고 공부를 하면서 방황을 많이 했어요. 부모님 애도 많이 먹였어요. 부모님이 우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다잡고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양궁을 시작했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상반기까지는 국가대표 1차 평가전에서 2등할 정도로 잘했어요. 그런데 2학년 또 다친 손목이 재발해서 양궁을 포기할 위기였는데 지금 창원대 감독이신 윤영일 감독님이 두 달가량 저희를 봐 주시면서 재활할 수 있었죠."

-실업팀에서 대학으로 온 이유는?

"아버지가 공무원이시지만 4남매와 할머니, 할아버지, 큰아버지까지 모셨기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웠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 반에서 3등 할 정도로 공부도 나름 잘했어요, 그래서 대학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3학년 때 겨우 재활해서 조금 성적이 나오면서 청주시청으로 갈 수 있었고요. 그런데 2년차 접어드는 그해에 동계훈련을 하다 쓰러졌는데 천식이 심해 운동하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어요. 이후에 성적도 나오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죠. 백수로 놀고 있을 때 윤 감독님이 공부도 하고 양궁도 다시 하자며 창원대 입학을 권유했어요. 공부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서 곧장 시험치고 운 좋게 합격해서 올해 입학했습니다."

임해진 선수가 실수를 줄이고 자세를 바로잡고자 어려서부터 적어온 훈련 일지.

-학교생활은 어떻나?

"정말 재미있어요. 공부도 하고 사랑하던 양궁도 다시 하게 돼 몹시 좋아요. 교수님들이 훈련이나 대회를 앞두고는 수업에 대해 배려를 해주시는데 저는 웬만하면 거의 수업을 다 들으려고 해요. 최근에 뉴스에 나오는 그 친구와 비교하지 마세요. 호호. 친구들과 조별 과제하고 토론하고 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요. 그동안 운동만 하면서 왕따처럼 친구가 없었는데 친구도 많이 생겼어요. 1학기 때는 평점 4.39로 1등 했어요. 운동할 때는 또 무섭게 운동만 합니다. 운동만 할 때는 하루에 800발씩 쏘고 있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또 수업 듣고, 빈 시간에는 공부하고…. 최대한 자투리 시간도 놓치지 않고 알차게 활용하려고 계획을 잡아서 하고 있어요. 밤에는 10시까지 훈련하고요. 돌아와서 또 12시까지 공부하고….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땄을 때 기분은?

"올해 상반기까지 열심히 했지만 별 성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감독님 믿고 계속 집중해서 훈련하니까. 점점 자신감이 생기면서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어요. 그런데 그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어요. 또 최종 라이벌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미선이었거든요. 부담됐지만 그동안 훈련했던 힘든 시간을 떠올리며 한발 한발 정말 집중해서 쐈어요. 몹시 기뻤지만 그보다 노력하면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확실히 깨치는 계기였어요.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금메달보다 더 큰 성과인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과 포부는?

"그동안 많은 좌절 끝에 다시 활을 잡았잖아요. 그러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을 합니다. 대부분 국가대표들은 정말 타고난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진 선수예요. 그런데 저는 타고난 소질이 모자라니 2배 더 훈련하는 수밖에요. 그런데 힘들지 않고 너무 재미있어요. 국가대표로 선발돼서 2년 뒤 아시안게임과 4년 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이후에는 IOC위원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또 제 힘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힘이 되는 윤영일 감독님 같은 훌륭한 지도자도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부모님이십니다. 행복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부모님께 꼭 보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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