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40일이 넘는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국민의 요구는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박 대통령의 퇴진만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집회 초기만 해도 촛불들은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외쳤다.

그러나 지금은 박 대통령이 사퇴하거나 탄핵소추를 당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이 다시는 나오지 않으려면 한국 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함을 절감했다. 박 대통령과 공동정범인 재벌과 새누리당·보수언론의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3일 창원에서 시민들의 촛불이 향한 방향은 새누리당 경남도당사였다.

또 집회가 시민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 것도 이번 촛불집회의 특징이다. 시민들이 집회에서 결의한 것들은 일상의 실천으로 변하고 있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스티커가 가정과 차량에도 부착되고 있으며,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들에겐 시민들의 항의 전화와 메시지가 집중되고 있다. 일상과 집회의 결합을 통한 민주주의의 질적인 도약은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때 맹아가 싹텄고 지금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시국대회를 주최하는 비상국민행동이 지역마다 있지만 이들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그치며 광장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이름 없는 시민들이 되었다. 시민들은 집회장을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광장의 시민들은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군중이 아니라 빛나는 집단지성임도 스스로 확인시켜 주었다. 정곡을 찌르는 풍자와 절묘한 익살이 넘치는 시민자유발언은 집회의 백미가 된 지 오래다.

촛불이 처음 켜졌을 때만 해도 촛불집회가 이처럼 길어지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시민들의 탄핵 열망에 놀란 박 대통령이 조건부이긴 하지만 퇴진을 약속하고 새누리당 비박근혜 계열이 오락가락한 끝에 다시 탄핵 전선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촛불집회는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촛불집회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촛불을 만들어내며 역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다. 날마다 새롭게 쓰이는 역사에 화답해야 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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