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소속 대다수 답변 유보, 밀양시장·고성군수 '반대' 명확…김해·의령·거창 단체장만 찬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이 민심의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경남 도내 새누리당 소속 자치단체장 대다수가 탄핵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내놓기 꺼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새누리당 비박계는 물론 친박 일부에서도 탄핵안 찬성 여론이 이는 현상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기초단체장은 "자치단체장이 정치권 문제에 왈가왈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찬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새누리당 소속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에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정 정도 일반 국민 정서를 대변한 현상으로도 풀이된다. 또한, 심정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사례도 있었다.

<경남도민일보>가 6일 홍준표 도지사와 도내 18개 기초단체장을 대상으로 대통령 탄핵안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 3명, 반대 2명, 답변 유보(회피) 1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3명은 연락 닿지 않음)

탄핵 찬성 의사를 표명한 기초단체장은 허성곤 김해시장, 오영호 의령군수, 양동인 거창군수다. "촛불 민심을 헤아려 하루빨리 물러나는 게 도리다"며 강경한 의사를 전달한 허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오 군수와 양 군수는 무소속이다.

대통령 탄핵 찬반 질문에 답변을 유보하거나 회피한 기초단체장은 10명이었다. 새누리당 소속인 권민호 거제시장은 '유보' 견해를 밝히면서도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탄핵을 해야 하고, 퇴진 의사를 밝히면 탄핵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탄핵 가결에 대한 조건부 찬성으로 읽힌다.

523711_399680_5912.jpg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무소속인 송도근 사천시장은 "대통령 탄핵은 중앙정치의 문제다. 지방행정을 이끌어가는 시장으로서 의견 제시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임창호 함양군수, 하창환 합천군수, 허기도 산청군수, 박영일 남해군수, 윤상기 하동군수, 김충식 창녕군수, 김동진 통영시장, 차정섭 함안군수(이상 새누리당)는 답변을 '유보(회피)'했다. 이 중에는 "심정적으로는 탄핵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있었는가 하면 "참 곤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탄핵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기초단체장은 박일호 밀양시장과 최평호 고성군수 단 2명에 그쳤다. 나동연(새누리당) 양산시장은 외부 일정 중이어서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창희(새누리당) 진주시장은 미국 출장 중이었다.

역시 외부 일정 때문에 연락이 닿지 않은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과 분권형 개헌은 병행해야 한다"며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 절차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또 당시 안 시장은 새누리당 탈당파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에게 찬사를 보낸 반면 친박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홍준표 도지사는 지난 4일과 5일 잇따라 "4월 말에 내려오겠다는데 굳이 머리채 잡고 바로 끌어내리겠다는 야당의 처사는 좀 과한 측면이 있다", "탄핵 후 격분한 촛불이 헌법재판소로 몰려가기 시작하면 한국 민주주의는 조종을 고하게 된다"는 등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사실상 탄핵 절차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한편, 홍준표 도지사 비서실은 탄핵 여부 질의에 대해 "언론의 요구를 여과 없이 도지사에게 전달하는 게 비서실의 역할이긴 하지만 이 경우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의결권을 갖지 않는 도지사에게 찬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