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층 카르텔의 핵심 '재벌 언론'…박근혜 세운 구조 깨야 헬조선 탈출

"내가 볼 때 박근혜는 죽을 자리로 들어가는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5년간은 아마도 박정희 신화가 산산이 깨지는 시간일 것이다. 그 시간이 대한민국 사람들의 박정희 병 치유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4년 전인 2012년 12월 20일 박근혜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됐다는 뉴스 보도를 보고 페이스북에 썼던 글이다. 지금 되짚어 보면 내 예측이 어느 정도 맞았다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정확히 예측한 것은 아니다. 내 생각으론 출범한 지 2~3년 안에 밑바닥을 드러내고 좌초할 거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리고 박근혜의 좌초가 박정희 신화를 완전히 무너뜨리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박근혜가 잘해서 지금까지 버틴 것은 물론 아니다. 정부의 어이없는 대처로 304명의 생명이 무참히 희생된 세월호 사건 하나만으로도 권력은 무너져야 마땅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카르텔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촘촘하고 단단했다. 행정부가 입법기관인 국회와 사법기관인 법원까지 통제하는 듯했고, 사정당국이 빼든 칼은 너무 물러터져 책임질 위치에 있는 공직자는 단 한 명도 처벌하지 못했다.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기본 골격이랄 수 있는 삼권분립과 상호견제마저 무너져 내렸다. 그들을 엮어 일사불란하게 통제되는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4부 권력이라 일컫는 '언론'이다.

대한민국은 과연 박근혜를 넘어 '박정희 주의'를 깨부술 수 있을까? '박정희 주의'란 경제 발전을 위해 민주주의나 정의 따위는 좀 미뤄도 된다고 믿는 성장이데올로기. 민족 번영을 위해 선진국에 들어야 하고 그때까지는 노동자들이 손해를 봐도 참아야 한다고 믿는 반노동적인 한국식 민족자본론. 국가란 우매하고 욕망 조절 안 되는 민중을 통제하고 이끌어 나갈 강력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믿는 독재정치론을 말한다.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주적인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확산하는 주체가 바로 언론권력, 그중에서도 <조선일보>가 핵심이다.

"정규직 노조 탓에 내 자리 없어". 청년실업 문제가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 탓이라 말하는 <조선일보>의 흔한 기사 제목이다. (2015년 11월 11일 자) "테러혐의 외국인, 민주노총 집회에". 비슷한 시기 <동아일보>는 이슬람 테러단체 연계 혐의자가 민주노총 집회에 참여했다가 강제출국 당했다는 국정원 발표를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테러방지법이 야당 반발로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물론 그 외국인들이 테러단체 요원이란 증거는 어떤 것도 밝혀진 게 없었다.

국정원이 터트리면 조중동이 확대 재생산하고,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악법 추진을 막는 야당을 압박하는 구조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에 나오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도 똑같은 방식의 거짓말 확대 재생산 과정이었다. 국정원과 검찰이 한통속이 되어 간첩을 조작하면 <조선일보>와 공중파가 거짓말을 전국에 퍼트렸다. 진실의 실타래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해 중국 공안 출입국 증명서 조작사실을 밝혀낸 <뉴스타파> 팀에 대해서는 '국익에 반한다'며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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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 200만 횃불로 권력의 카르텔에 균열을 일으키고, 마침내 박근혜 정권 탄핵을 목전에 둔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박근혜 탄핵과 최순실을 감옥에 보내는 것만으로 모든 게 정상화되리라 기대할 순 없다. 박근혜를 만들어 세운 재벌 언론과 사법기관, 독점재벌을 그대로 둔다면 우리는 또다시 지난 역사를 되풀이하고 말 것이다. <조선일보>와 삼성이 구상하는 다음 권력은 대중에게 조롱받는 권력이 아니라 상상 이상으로 잔인한 권력이 될지 모른다.

헬조선 관리자들 중 가장 나쁜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언론'을 꼽겠다. 단언컨대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깨트리지 못하는 한 헬조선 탈출은 어렵다고 본다. 박근혜를 탄핵하라. 그리고 박근혜를 만들어 낸 <조선일보>를 탄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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