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모임·콘서트 조직, 현수막 걸거나 스티커 부착도…집회 참가 넘어 '적극적 투쟁'

'저항의 상징'인 촛불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시민 저항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제6차 시국대회가 열린 지난 3일 창원광장에는 창원대 사학과 학생회의 상징인 '삼족오' 깃발이 펄럭였다. 지난달 26일 5차 경남시국대회에서 오랜만에 낯익은 얼굴을 만난 97학번 김동석(38) 씨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6차 시국대회 때 졸업생 번개 모임을 제안했다.

김 씨는 "박근혜 퇴진을 넘어 틀을 바꾸자는 요구가 높은데 그러려면 이명박근혜 정권의 토대가 된, 새누리당을 기반으로 한 기득권 세력이 해체돼야 한다"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역사의 길목에서 동기, 선후배가 함께 모이면 그 목소리가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국대회 번개 모임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남재우 교수 등 약 30명이 이날 모임에 참가했다. 81학번 선배부터 재학생 후배까지 삼족오를 보고 모인 동문은 깃발 아래서 함께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의 저항이 광장의 촛불로 타오르는 가운데 동문회 모임, 콘서트, 차량용 스티커, 대문에 걸어둔 현수막 등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시민 저항운동은 박근혜 탄핵 정국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김해수 기자·독자 페이스북

이처럼 집회에 참가해 구호만 외치던 시민이 직접 모임을 조직해 '생활 속 저항'을 실천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7시 창원시 상남동 분수광장에서는 'BYE 2016 BYE 박근혜' 퇴진 콘서트가 열렸다. 경남의 촛불은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가 주도하고 있지만 이날 공연은 음악하는 청년 스스로 만든 행사였다. 청년이 기획, 공연한 콘서트에는 청년의 참여가 높았다. 하나둘 모인 이들은 말로, 음악으로 서로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면서 시대의 아픔을 함께했다.

자유발언자로 나선 배진영(25) 씨는 "나는 찍은 적이 없지만 대통령은 박근혜이고 도지사는 홍준표"라며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안타깝게도 우리 탓이다. 우리가 투표를 못 하거나 안 해서 그런 거다"고 반성했다.

이어 "촛불을 든 모든 시민이 훌륭하지만 우리는 분노를 넘어서야 한다"며 "87년의 뜨거움을 뒤로하고 노태우를 뽑은 아픈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쁜 사람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다. 우리는 바보가 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상에서 행동하는 시민도 눈에 띈다. 김해 율하 카페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 중 일부는 카페 운영 때문에 촛불집회에 나갈 수 없는 처지를 고민하다가 아예 스스로 촛불집회 주최자가 되기로 했다. 5일 현재까지 카페 8곳과 음식점 1곳이 이번 주부터 촛불을 밝혔다.

SNS에는 아파트나 가게에 '박근혜 퇴진' 현수막을 내건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도로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스티커를 붙인 채 운행하는 차량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SNS를 이용한 의사 표현에도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일 시민이 제작해 공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청원 사이트에서는 5일 오후 4시 현재 80만 건 이상 청원이 발송됐다. '박근핵닷컴(parkgeunhack.com)'은 국회의원에게 대통령 탄핵을 청원하는 이메일, SNS 메시지 등을 간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한 사이트다.

국민이 박 대통령 퇴진 시기를 정해주자는 취지로 시작한 '모바일 국민투표'에서는 99%가 즉각 퇴진에 찬성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지난 4일 자정까지 모바일·인터넷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참가자 23만 2900여 명 중 23만 1300여 명(99.3%)이 '즉각 퇴진'에 찬성했다. '내년 4월 이후 퇴진'에 찬성하는 국민은 1600여 명(0.7%)에 그쳤다. 탄핵을 반대하는 새누리당을 반대한다는 의견도 9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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