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만시지탄의 아쉬움을 남겼다. 좀 더 빨리 공조를 이뤘더라면 선제적인 위치를 점해 탄핵국면을 선도할 수 있었겠지만 청와대와 친박계의 흔들기 전략에 휘말려 전열이 흐트러지고 그 때문에 국회 통과마저 불투명해진 상태에 빠져든 것이다. 그런 탓으로 9일 예정된 표결 여부는 핵폭탄만큼이나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결되면 대통령 직무는 정지됨으로써 정국은 요동칠 것이나 부결되면 대통령은 살아남는 대신 여야 정치권은 자중지란에 겹쳐 혼돈 속으로 급전직하할 것이 틀림없다.

6차 집회에 등장한 횃불은 이후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숫자로 늘어나 역시 그만큼 더 분노한 민심의 바다가 되어 활활 타오를 것이다. 그러면 어찌 되나. 촛불은 정치권을 향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여의도 새누리 당사가 촛불에 점령당하는 사태로 번진 것이 움직일 수 없는 예다. 따라서 이러나저러나 풍랑은 거세게 출렁이고 파고는 산이 되어 밀려들게 뻔하다. 그러나 부결되느니보다 가결되는 게 훨씬 낫고 촛불민심에는 면목이 선다.

왜 그런가. 국회가 원칙에 따라 법치를 재확인했고 그로써 국회의원들이 해야 마땅한 책무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비난의 화살은 여당 의원들에게로 집중될 확률이 높아진다. 국정농단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이 허물을 덮을 요량으로 정치적 셈법을 구하거나 대통령 살리기에 나선 결과 탄핵이 좌절된다면 촛불은 사그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화할 것이다. 그러한 혼란의 구도는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고 민생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그 기간이 길면 길수록 피해는 쌓이고 가뜩이나 좋지 못한 경제사정을 핍박할 것이다. 그런 모든 문제를 종식하고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달렸음은 너도 알고 나도 안다.

촛불 염원은 하나다. 대통령 퇴진을 원한다.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가장 합법적인 방법론이 탄핵임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야3당은 정치환경에 구애치 말고 탄핵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양심 가진 비박계 의원들의 동조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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