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가 장기화하면서 질적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나 탄핵이라는 핵심 요구 사항은 변함 없지만, 지역이나 참여 주민의 여건에 맞추어 다양하게 분화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박 대통령의 사진을 떼어냈다가 하루 만에 슬그머니 부착한 3·15민주묘지관리소가 시민저항운동 대상 제1호로 규정된 점이다.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는 3·15의거기념관 내 박 대통령 사진이 철거될 때까지 1인 시위, 묘지관리소 항의 방문, 철거 요구 포스트잇 붙이기 등의 저항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친일파와 박정희 독재에 면죄부를 주려고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하는 등 민주주의 정신을 정면에서 거역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은 3·15의거 정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부정선거를 저지른 이승만 전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원동력이 됐던 마산 3·15의거와,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퇴진 위기에 내몰린 박 대통령의 처지는 비슷하게 겹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 사진이 3·15의거기념관에 있다는 것은 3·15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처사일 수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주권자로서 납세를 거부하겠다는 시민불복종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또 토요일마다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일주일 중 하루는 기꺼이 생업을 중단하고 촛불을 든 시민도 많다. 이들에게는 촛불집회 참여 자체가 일종의 시민불복종 운동이나 저항 운동인 셈이다. 김해 율하지역의 카페 운영자들은 촛불시회에 참여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자신들의 거주지에서 촛불을 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카페를 찾는 촛불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음료도 제공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새누리당 친박 세력의 탄핵 전선 이탈과, 야당끼리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은 촛불집회에 더 강력한 응집력을 제공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퇴진 촉구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단단하게 뭉쳐지면서도 그 결은 섬세해지고 다채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의 단일 대오를 이끄는 든든한 밑동과 줄기에 갖가지 가지가 뻗어나가는 모습은 장기전이 예상되는 이 싸움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더 크게는, 민주주의라는 거목을 한층 더 튼튼하게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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