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문연지 씨 앨범 내고 가수데뷔
엄마 강영숙 씨 서울서 함께 살며 스케줄 관리 등 무대 활동 도와…공연마다 찾는 열혈 팬도 생겨

강영숙(60·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어릴 적 어른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가수 외 다른 꿈은 꾸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는 말도 못 꺼내게 했다. 결국 마음속에만 담아둔 채 평범한 삶을 택했다.

그런데 딸 문연지(21)에게서 자신을 발견했다. 세 살 때부터 TV 속 노래를 따라 하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트로트를 부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연지는 자연스레 트로트 가수 열망을 드러냈고, 엄마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쏟아붓기로 했다.

지난 2014년 10월 두 사람을 만났을 때, 딸은 데뷔 준비 중인 예비 가수로, 엄마는 스승이자 매니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모녀이자 가수, 매니저 관계인 두 사람은 여전히 찰떡궁합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2년이 흐른 지금, 문연지는 앨범을 발매한 정식 가수가 되어 있었다. 지난 4월 '찬스(작사 이주원·작곡 김인효)'라는 데뷔곡을 선보였다. 내년 초 발매 예정인 신곡도 준비 중이다. 서울종합예술대학 실용음악과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아직은 지역 라디오와 전국 행사장이 주 무대다. 최근 섭외 요청이 들어와 있어, 공중파 방송 데뷔 기대를 하고 있다.

고향 창원에는 물질·정신적으로 후원해 주는 이가 많다. 그 보답으로 창원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에 자주 오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모교 마산여고에서 공연하기도 했는데,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전국 열혈 팬도 적지 않다. 전남 광양에 사는 남성 팬은 초등학생 아들 둘을 데리고 전국 어느 공연이든 찾아온다고 한다. 영숙 씨 또한 가수 딸 곁을 한결같이 지키고 있다. 현재 서울에 작은 원룸을 구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창원에 홀로 남게 된 남편은 흔쾌히 모녀를 응원하고 있다.

영숙 씨는 단순히 스케줄 관리만 하는 게 아니다.

"연지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분이 한예진(대표곡 '갈색추억') 씨예요. 어느 날 행사장에서 한예진 씨 노래를 부르니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겁니다. 진짜 한예진 씨가 온 줄 알았던 거죠. 그때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이러다간 모창 가수밖에 되지 않겠다 싶었어요. 이후부터 존경하는 분으로만 하고, 그분 노래는 하지 않기로 했어요. 공연 때 곡 선정도 제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영숙 씨는 매니저로서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 칭찬보다는 질책이 대부분이다.

"반주가 끝나기도 전에 인사하고 내려오는 겁니다. 혼을 냈더니 눈물을 흘리기에 '이 정도로 울 것 같으면 당장 그만둬라'며 더 호되게 했습니다. 가수 꿈을 포기한 저이기에 딸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부분도 있겠죠. 그래서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게 더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연지 역시 섭섭한 마음은 뒤로하고 잘 받아들이려 노력해요. 그래서 주위에서 저희를 보고 찰떡궁합이라고 하나 봐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여기까지 오는데도 마음고생은 심했다.

"가수 하러 지방에서 왔다고 하니 달려드는 사람이 많더군요. 여러 곳에서 앨범을 내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죠. 또한 엄마인 제가 옆에 있는 걸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였어요. 그럴 때 오히려 연지가 '저는 엄마 없이는 활동 못 한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영숙 씨 또한 앞으로는 연지 곁에서 한 발짝 떨어져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조만간 소속사와 계약을 할 예정이다.

"저는 늘 '기다리는 게 실력이다'라고 강조합니다. 천천히 즐기면서 가다 보면 연지가 원하는 곳에 닿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수 문연지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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