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70만, 부산 20만 등 전국 232만 명 촛불 들어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가 3일 서울을 비롯한 각지에서 열렸다.

박 대통령이 최근 3차 담화에서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에 미루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이에 공분한 여론이 또 다시 전국을 촛불로 뒤덮었다.

주최 측 추산 연인원 232만명, 경찰 추산 순간 최다인원 약 43만명이 전국에서 촛불을 들어 헌정사상 최대 규모 집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청와대와 시위대 간 거리는 또다시 줄어들었다. 참가자들은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지점까지 동·남·서쪽으로 행진해 청와대를 다시 한 번 포위했다.

6주째 매 주말 집회가 이어졌음에도 동력이 전혀 약해지지 않았음이 입증된 만큼 이날 상황을 지켜본 청와대와 여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 "3차 담화는 대국민 사기극" 뿔난 민심 6주째 도심 뒤덮어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1천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오후 9시30분까지 서울에 모인 연인원(누적인원)을 170만명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일시점 최다 운집인원을 오후 7시10분 기준 32만명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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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7시간'을 밝히자는 의미로 7시에 맞춰 소등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본 행사 시작 시간대를 전후해 주변 지하철역 등에서 집회 참가 인파가 쏟아져 규모가 급격히 불어났다. 북쪽으로는 율곡로·사직로, 남쪽으로는 서울시청까지 광화문 일대 공간이 촛불로 가득했다.

지난 주말(11월26일) 5차 집회 당시 서울에 모인 인원은 주최 측 추산 연인원 150만명, 경찰 추산 순간 최다인원 27만명이었다.

겨울로 접어들어 날이 추워지는 데다, 10월29일 첫 주말집회 이후 6주째 이어지는 집회로 시민들의 피로감이 쌓이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가 결정해달라고 한 박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명예로운 퇴진'을 박 대통령에게 허락할 수 없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3차 담화의 본질은 자신이 죄가 없고, 명예로운 퇴임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며 "즉각 퇴진이라는 국민 명령을 거부하고, 국회를 이용해 자신의 범죄행위를 덮으려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경기 평택에서 온 고등학생 김별이(18)양은 "우리는 박 대통령이 명예롭게 내려오는 것을 원하지 않고, 역사상 가장 부끄럽게 모멸감을 느끼며 내려오기 바란다"며 "주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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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열린 제6차 범국민행동에 한복을 입고 나온 학생들./오마이뉴스

서울 강남구민이라는 40대 직장인 오모씨는 "지난주에도 집회에 나왔지만,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를 보고서는 너무 화가 나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었다"면서 "여기 있는 사람 모두 같은 마음으로 나왔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의 4월 퇴진과 6월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정한 새누리당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앞서 오후 2시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서울진보연대 주최로 열린 사전집회에서는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고 정치 일정을 주도하려는 게 아니냐"며 새누리당 해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퇴진행동은 이날 0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진행한 모바일 국민투표에서 응답자의 99.6%가 '박 대통령 즉각 퇴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탄핵 반대·4월 퇴진'은 1.1%만 찬성했다. 투표 결과는 중간집계로, 15만8천여명이 참여했다.

◇ 청와대 코앞까지 접근…100m 앞까지 행진

본 행사에 앞서 오후 4시부터 청와대를 동·남·서쪽으로 100m까지 에워싸는 집회와 행진이 진행됐다. 시위대가 일제히 소리치면 청와대 본관까지 넉넉히 닿을 만큼 청와대와 근접한 거리다.

이날 법원이 허용한 시위대 진출 한계는 동쪽으로 청와대 춘추관 방면 진입로인 팔판동 126맨션 앞, 남쪽으로 청와대 사랑채 인근 자하문로16길 21, 동쪽으로는 신교동로터리에서 청와대 쪽으로 들어간 효자치안센터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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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퇴진의 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경찰은 애초 이들 구간 행진을 광화문 앞 율곡로 남단까지로 제한하고 집회는 금지했다. 그러나 주최 측이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전날 법원이 받아들여 오후 5시30분까지 해당 구간에서 집회와 행진이 허용됐다.

매 주말 집회가 거듭될수록 시위대와 청와대 간 거리는 1㎞에서 400m, 200m, 100m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본 행사 이후 오후 7시께부터는 종로, 을지로, 새문안로 등을 거쳐 율곡로와 사직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6개 경로로 2차 행진이 진행됐다.

사전행진과 집회 이후 창성동 별관과 효자치안센터 방면에서는 제한시간을 넘겨서까지 시위대가 일부 남아 집회를 이어갔다. 2차 행진에서도 청와대 200m 앞 신교동로터리 등에서 소수 인원이 제한시간인 오후 10시30분을 넘겼다.

경찰은 제한시간 이후에도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두고 시위대에 해산을 촉구하는 안내방송을 하며 설득에 주력했다. 양측 간 별다른 충돌은 없었고, 오후 11시까지 연행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날 주최 측은 5차 집회에서처럼 '1분 소등'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을 규명해야 한다는 뜻으로 오후 7시에 맞춰 참가자들이 일제히 촛불을 껐다가 다시 켰다.

오후 7시를 기해 시민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접속, 새로고침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트래픽에 과부하를 주자는 공격 아이디어도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 홈페이지에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시내에 경비병력 258개 중대(약 2만명)를 배치했다. 집회 시간대 율곡로와 사직로, 자하문로, 효자로, 삼청로, 세종대로, 종로, 새문안로 등 집회·행진 구간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 지역 곳곳에서도 '역대 최다' 촛불 물결…"즉각 퇴진"

서울뿐 아니라 부산,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도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부산에서는 주최 측 추산 연인원 20만명이 모여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경찰 추산 순간 최다인원도 2만3천명으로 부산지역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참가자들은 자유발언 등을 통해 "민심은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이나 여야 합의가 아니다"면서 "박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대로 즉각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른바 '하야송'을 불렀다.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도 오후 9시 기준 주최 측 추산 15만명, 경찰 추산 2만명이 참가해 광주에서 열린 역대 촛불집회 가운데 최다 인원이 모였다. 전일빌딩 앞 본무대에서 1㎞ 떨어진 금남공원까지 인파로 가득 찼다.

대전에서도 서구 은하수네거리 둔산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만명(경찰 추산 8천명)이 참가한 시국대회가 개최됐다.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열린 집회에도 역대 가장 많은 주최 측 추산 1만여명(경찰 추산 2천여명)이 모였다.

집회에 함께한 제주 4·3사건 희생자 유족은 "국정 역사교과서가 4·3의 역사를 왜곡, 축소했다"며 국정교과서 폐기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 대구에서는 대구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시국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5만명(경찰 추산 8천명)이 참가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이 행사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참석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세종비상국민행동본부'가 주최한 세종시 집회에서는 대통령기록관 앞 박근혜 대통령 친필 표지석 철거 퍼포먼스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어 "새누리당 해체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새누리당 세종시당까지 행진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울산시민운동'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시민대회를 열었고, '박근혜 퇴진 비상강원행동'도 오후 2시부터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사무실 앞에 모여 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 모인 인원은 주최 측 추산 연인원 232만명, 경찰 추산 순간 최다인원 42만9천여명이다. 주최 측은 헌정사상 최다 인원이 모인 집회라고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3차 담화에 대한 분노, 즉각 퇴진 거부에 따른 실망감, 그간 5차례 집회를 거친 자긍심이 사상 최대 인파를 만들어 냈다"며 "청와대와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인원이 더 몰린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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