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 대표 모여 집회 개최 뜻 모아 "경험 많은 단체와 정치인 조언 필요해요"

김해시 덕정로 204번길을 따라 들어선 카페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을 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9일 늦은 밤, 김해 율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이 회원인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에서 촛불 집회가 화두로 등장했다. "이번 촛불 집회에 자주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각각 4살, 2살 딸이 있어서 오랜 시간 밖에 있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꺼지지 않는 촛불을 보면서 따뜻한 카페에서 일하고 있음이 내내 부끄러웠습니다. 어제(29일)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대국민 담화에서 염치 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 보고는 더 이상 이렇게 있다간 집에 있는 딸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두 딸의 아빠인 정인한(34) 씨가 운영하는 '좋아서 하는 카페'와 '커피고코로' '닥터엠스' '마벨 카페 갤러리' 4곳이 덕정로 204번길에서 촛불 집회를 열자는 의견을 모았다.

커피고코로를 운영하는 정미숙(여·33) 씨는 수많은 촛불이 마음의 짐처럼 여겨졌다. 그는 "쉬는 날 없이 일하는 터라 함께 촛불을 들지 못하는 게 항상 맘에 걸렸다"며 "나와 같은 이들이 분명 있을 건데, 많든 적든 함께 모여 같은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동참 계기를 밝혔다.

남편과 함께 마벨 카페 갤러리를 운영하는 김미정(여·41) 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을 생각해 이번 집회 계획에 함께하기로 했다. 그는 학교에서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항상 이의를 제기하는 아들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고 "내 마음은 편해"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김 씨는 "사회 곳곳에 '최순실'이 있다. '개돼지'처럼 사는 삶이 편할 수 있지만 아들이 한 말에 자극을 받았고, 내 아들만큼은 개돼지로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닥터엠스를 운영하는 팽정진(39) 씨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해군에 오랜 시간 몸담았기에 깊은 바닷속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프고, 세월호 참사의 정확한 조사가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들은 카페가 늘어선 이곳에서 집회가 열린다면 주민들이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정인한 씨는 "카페에 있으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맞벌이 부부, 젊은 부부가 많고 아이들도 있는 터라 큰 집회에 가지는 못하고 집에서 조용히 마음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단 집회 의사를 밝힌 카페 4곳은 집회 참가자들이 잠깐이라도 들어와 쉴 수 있는 공간과 따뜻한 음료, 화장실 등을 제공할 생각이다. 다른 지역 집회와 차별화한, 장유만의 '지속가능한 일상 속 산책'과 같은 집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직 구체적인 집회 일정이나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의지는 있지만, 방법을 잘 몰라서다. 그래서 이들은 집회 경험이 많은 시민단체, 커뮤니티, 정당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어 지역 정치인들의 관심도 촉구했다. 정 씨는 "이곳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경수 의원님이나 도의원, 시의원들에게 이곳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집회가 있으면 어떻겠느냐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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