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분열로 '2일 탄핵 표결'실패, 9일 의결 미지수…촛불역풍 우려

'무조건 탄핵'을 목표로 걸고 내달려온 야권이 1일 궁지에 내몰렸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일 탄핵 표결'을 시도했지만 야권공조에 실패하면서 야권은 이날 탄핵안을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나아가 여당 비박(비박근혜)계 탄핵 찬성파의 회군 움직임 속에 야권 내에서는 "9일 역시 탄핵안을 가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탄핵안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번지고 있다.

탄핵이 무산된다면 '촛불민심'의 역풍이 야권을 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은 다시 탄핵을 추진하겠다면서 어떻게든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모습이지만, 이미 정국 주도권이 여권으로 넘어가 탄핵 동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SNS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 명단을 올린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새누리 정진석 원내대표, 민경욱 의원 등과 설전을 벌인 뒤 민주당 위성곤 의원과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또 이후에는 지도부가 '무작정 탄핵'만 고집하기보다는 그동안 거부했던 여당과의 임기단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이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야 3당 대표 회동에서 지금 야권의 상황에 대해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를 보고 그 함정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역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탄핵안 발의 무산과 관련해 "정치권이 그냥 놀아난 것"이라며 "촛불민심은 국회 쪽으로 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일 표결 역시 그때 가봐야 안다. 비박계가 태도를 바꾸지 않았나"라며 "이후 정국은 아무도 모른다. 처음부터 아무 계획성 없이 상황을 끌고 왔기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실제로 야권을 향한 지지자들의 비판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탄핵안을 이날 발의하는 데 반대한 박 비대위원장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항의를 하려는 네티즌이 대거 접속하며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두 야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후 여당 비박계 내의 기류 변화를 외면한 채 "임기단축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강공 일변도로 치닫다가 오히려 스텝이 꼬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내 한 원로인사는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모양새가 됐다"고 꼬집었다.

민병두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내 중도파 모임 '통합행동'이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진행한 조찬회동에서도 '2일 강행' 전략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민 의원은 "박 대통령 담화 뒤 우리는 반대로 청와대에 '2월 퇴진-4월 대선' 로드맵을 역제안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으로 가자고 했어야 했다"며 "무조건 3당이 모여 탄핵하자는 얘기만 하면 정치가 제대로 되나"라고 지적했다.

모임에 참석한 다른 의원 역시 "탄핵을 안 하자는 것이 아니라, 비박계 의원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여야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비박계 의원들과는 긴밀하게 논의를 계속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여론을 뒤로하고서 야권 지도부는 다시 한 번 탄핵안 의결을 목표로 전열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재협상을 통해 탄핵 디데이(D-day)를 조율하는 한편, 3일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결합해 탄핵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탄핵안 발의 무산 과정에서 야권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광장민심'이 야권을 외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4월 퇴진론'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에서 '임기단축 협상'을 무작정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처럼 대화를 거부하는 전략으로는 비박계 설득이 요원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여당에 내준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 퇴진 시기를 당기는 것이 실익이 있다는 주장 역시 이런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다만 반대편에서는 임기단축 협상에 임하는 것은 곧 탄핵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어 이후 논의는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다. 퇴진일정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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