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총 '4월 퇴진'당론 채택 비박계도 동참
야 3당 대표 회동, 국민의당 반대로 '2일 의결'무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 3당은 국회 탄핵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지만, 탄핵안 가결의 키를 쥔 새누리당 비박 진영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1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퇴임이 내년 4월 말로 결정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고 그것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굳건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처음으로 탄핵 철회 뜻을 밝힌 것이다. 다음 말은 더 구체적이었다. 김 전 대표는 "비상시국위원회(당 비주류 모임)는 여야 합의로 대통령 퇴임일을 못박자는 것이고 만약 합의가 안 되면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의결해 대통령의 답을 들을 수 있다"고 함으로써 대통령 판단에 탄핵안 동참 여부가 달렸음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가운데)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왼쪽)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야3당 대표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의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4월 말 퇴진-6월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만장일치·일사천리 채택했다. 김 전 대표 말에 따르면 야당이 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박 대통령의 '답'만 있으면 탄핵은 아예 물 건너가는 것이다. 추미애 대표는 "4월 30일까지 대통령에게 시간을 주는 건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탄핵안 의결에 필요한 새누리당 의원은 최소 28명. 50여 명에 이르는 비박계 의원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국회 본회의 통과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비박의 동요 계기는 물론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를 "사실상의 하야 선언"으로 의미 부여했다.

야권과 비상시국위 간의 균열·대립 역시 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박 대통령 담화 직후 대통령 퇴진 로드맵과 관련한 여야 협상을 촉구했던 비상시국위 측은 "일절 협상은 없다"는 야권 태도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비상시국위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1일 "참으로 오만하다. 야당이 국회가 할 일, 정당이 할 일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상시국위 측은 여전히 "의결 정족수 확보에 문제없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야권과 공조가 흐트러지면 이탈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실제 조사 결과가 그렇다. 〈동아일보〉가 11월 30일 비박 의원 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31명)의 대다수(25명)가 여야 협상을 주장했다. 야당 일정표대로 탄핵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은 5명에 그쳤다.

탄핵안 찬성도 눈에 띄게 줄었다. 같은 〈동아일보〉 조사에서 '찬성하겠다'는 응답은 14명에 불과했다. 2명은 대통령 담화 후 탄핵안 반대로 돌아섰고, 15명은 응답하지 않거나 판단을 유보했다.

오는 9일 탄핵안 처리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 측은 "4월 30일 퇴임이 안 되면(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으면) 탄핵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결과가 다소 불확실해지긴 했지만 본회의 상정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

야권은 1일 탄핵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으나 민주당·정의당과 국민의당의 이견으로 애초 계획했던 2일 처리는 불발됐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야 3당 대표 긴급 회동에서 "탄핵 동력이 떨어진다" "9일은 더 어렵다" "비박계에 주도권을 내줘서는 안된다"며 1일 본회의 발의-2일 의결을 주장했지만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가결이 불투명하다며 반대했다.

박 대표는 "탄핵안이 부결되면 국회가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가결을 확신할 때 탄핵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