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도대첩·노량해전 발생 위치 사실과 다르게 표시…한산대첩사업회 관계자 "역사적 고증과 완전히 틀려"

통영 바다에서 일어난 한산대첩이 현 거제시청 인근 육지에서 일어났다? 남해군 관음포 해상에서 벌어진 노량해전은 전라도 여수산업단지와 여수공항쯤 어디에서 발생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국정교과서에서 실제 한산대첩과 노량해전 발생 위치가 사실과 다르게 표시돼 오류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오류는 국정교과서 고등학교 한국사 129페이지 오른쪽 위 사진 '임진왜란 전황도'에 있다.

이 사진에 표시된 한산도대첩 장소는 실제 전투가 벌어진 통영 한산도 바다가 아니다. 황당하게도 직선거리 20㎞ 정도 떨어진 현 거제시청쯤인 육지 위에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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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 당시 한산대첩 진행과정은 부산 쪽에 있던 왜군이 거제 쪽 진해만을 거쳐 통영 바다로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이에 이순신 장군은 현 거제대교 아래 견내량을 지나 한산도 쪽으로 왜군을 유인했다. 충무공은 헤엄쳐 살아나지 못하도록 한산도 가장 넓은 해역에서 학익진으로 왜군을 격파했다.

해군사관학교 이민웅 교수는 1일 "충무공은 왜군이 헤엄쳐 살아나지 못하도록 가장 넓은 바다를 택해 유인했고, 한산도 남쪽보다도 더 남쪽에서 해전이 일어났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 추정 해역은 통영 한산도 남쪽이자 미륵도와 용초도 비진도 오곡도 학림도에 둘러싸인 한산도의 가장 넓은 바다를 말한다.

이처럼 한산대첩 격전지는 기록에 의해 한산도 해역이란 것이 정론이다.

이런 이유로 한산대첩지가 거제시청이란 것은 집필진이 기초적 감수를 하지 않았거나, 실제 몰랐을 가능성, 대충 표시했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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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국정교과서 129페이지 한산대첩 표시 오류. /국정교과서 캡쳐

이런 문제는 중학교 한국사에도 있다.

임진왜란 부분인 166페이지 노량해전 발생지 표시는 실제 노량해전이 일어나고 충무공이 순국한 남해군 고현면 관음포 해상이 아닌 전남 여수시 국가산업단지와 공항 인근, 또는 여수 바다로 표시돼 있다.

작은 지도에 발생 장소를 크게 표시해 어느 정도 오류는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이해를 넘어서는 정보란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이런 자료가 학생들의 지리 공부도 된다는 점에서 문제란 지적이다.

남해군 관계자는 노량해전 장소가 "여수 쪽은 아니다"며 "충무공 순국지인 관음포와 하동군 대도 쪽 해상이 주요 격전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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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국정교과서 129페이지 한산대첩 표시 오류. /국정교과서 캡쳐

통영 한산대첩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충무공 장계에는 견내량이 좁아 왜군을 한산도 넓은 바다로 유인해 왜병을 무찔렀다"고 말했다. 그는 "해전 장소가 거제시청 쪽이면 왜군은 거제 해역을 빠져나오지도 못한 것이어서 역사적 고증과도 완전히 틀리다"고 말했다.

통영시민 ㄱ 씨는 "남해 해안이 섬이 많아 복잡하지만 경남권 사람들은 한눈에 한산대첩 위치를 찾아낸다. 국정교과서 집필진만 모르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정교과서 오류 중에는 안중근 의사 <동화평화론>을 '자서전'이라 했고, 안창호 선생 직책 오류, 한반도 세형 동검 출토 범위 오류 등 고대사, 근대사, 세계사 전 부문에 걸쳐 오류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 국정 교과서 의견 수렴은 12월 23일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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