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창원대 음악과 작곡 전공교수로 부임한 이후 자신만의 음악적 어법으로 지역 음악계에 작곡가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김인철 교수의 제10회 작곡발표회가 2일(금) 창원대 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얼마 전 필자는 작곡발표회를 앞둔 그를 만나 그의 작품 세계와 우리 지역 작곡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수가 창원대에 부임할 당시 우리 지역 작곡계는 조성음악을 기반으로 한 서정 가곡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필자 또한 크게 동의하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지역에서 현대음악을 접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합포만현대음악제를 비롯, 몇몇 작곡가에 의해 조성을 탈피한 현대음악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 지역 작곡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타 지역보다 기악을 중심으로 한 무조음악을 감상하고 경험해볼 기회는 그리 흔치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교수의 부임은 지역 작곡계와 젊은 작곡가에게는 상당히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연세대 작곡과를 졸업한 그는 독일 유학을 통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의 한 명인 볼프강 림과의 수업을 통해 당시 가장 진보적이며 가장 혁신적인 음악과 독일 전통음악을 두루 섭렵하게 된다. 볼프강 림과의 만남은 그의 음악 세계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유학을 통해 보고 배운 그의 음악은 당시 지역 젊은 작곡가에게는 세계 작곡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통로이자 자신의 음악적 정체를 확립할 수 있는 교과서 역할을 했다. 오늘날 우리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곡가 임지훈을 비롯한 젊은 작곡가 상당수가 그의 제자이며, 이들의 작품이 국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지금까지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정기적인 작곡발표회를 통해 80편 이상의 실내악을 비롯한 성악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그 작품을 통해 시대정신을 반영한 자신만의 창작 음악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번 제10회 작곡발표회는 지금까지 보여왔던 그의 모습과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젊은 시절 자신만의 음악에서 이제 다양한 계층을 위한 포용의 음악으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음악적 전환은 현실 타협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말하는 어조에서 자신만의 분명한 음악적 주관이 느껴진다. 무조를 바탕으로 하는 현대음악이건 조성음악이건 전위음악이건 음악의 아름다움에 대한 순수성이다.

그는 현재 새로운 심포니를 작곡 중이라고 한다. 특별히 연주가 예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대편성 관현악을 위한 심포니를 준비 중이라는 그의 말이 후배 작곡가인 내 가슴을 파고든다. 작곡가로서의 성실함에 또 한 번 큰 박수를 보내며, 그의 새로운 심포니가 어떤 음악일지 벌써 궁금해 온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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