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눈치 보지 않는 보도, 현재 권영란 대표 1인 활동
광고영업도 없이 후원 운영 "건강한 공론의 장 지켜갈 것"

지난해 4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남다른 저력을 보이며 출범한 진주 지역 인터넷 언론 단디뉴스가 창간 2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20개월, 보수성 강한 진주에서 독립 풀뿌리 언론 노릇을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테다. 5명이던 취재기자는 3명으로, 40여 명에 이르던 시민기자단은 10여 명으로 줄었다. 그나마 상근 기자는 권영란 대표 혼자다. 요즘 잘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한겨레>에 실린 권 대표의 글을 봤다.

지난해 11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출한 신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에 들어갔다. 핵심은 '인터넷신문 발행 기준을 취재 편집 인력 3인에서 5인으로 늘린다'는 거다. 그래야 사이비 언론이 걸러진다는 취지다. 기존 인터넷 언론에는 1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줬다. 지역 시민 후원으로 겨우 살림을 꾸려온 단디뉴스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 개정안이 언론 자유를 위배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권 대표의 글은 지난 10월 26일 헌재 결정을 하루 앞둔 시점에 실린 거였다.

진주 인터넷 언론 단디뉴스 홈페이지(왼쪽)와 시민기자들의 글을 살피고 있는 권영란 단디뉴스 대표. /이서후 기자

"단디뉴스는 먼저 이 망할 정부로부터 독립하겠다. 언론인지 아닌지, 그 판단은 정부가 아니라 지역민들이 할 것이다. 하여 위헌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11월 19일 '미등록'으로 출발한다. 그까이꺼."

명쾌한 결론이었다. 힘들어도 포기는 안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다음날 헌재는 신문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결정했다. 단디뉴스의 지난날과 앞날을 살펴보자고 생각한 게 이때다.

◇지역 이슈 현장에 늘 있는 기자 = 지난 29일 정오에 휴대전화로 연락을 했을 때 권영란 대표는 진주시청에 있다고 했다. 이날 진주시민단체들이 이창희 진주시장의 막말에 항의해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실을 찾아가 면담을 요구했다. 시청 직원들이 이들을 가로막았고, 이들은 시장실 앞 복도에 앉아 시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점심때가 다 지나도록 이 시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권 대표는 이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다. 저녁에 되어서야 겨우 시간을 낸 그와 마주 앉았다.

"오후 1시까지 진행된 사태를 지켜보고, 기사 쓰고, 편집하고, 홈페이지에 올리고, 배달까지 다 하고 이제 왔어요."

인터넷 신문이 무슨 배달이냐고 물으니 SNS 공유를 말하는 거란다.

"우리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는 게 아니잖아요.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페이스북 등등 제가 가입된 그룹이 20개가 넘어요. 이 그룹에 시차를 두고 기사를 퍼트리는 게 배달이에요. 하하. 여기까지 해야 기사 한 건이 완성되는 거예요."

▲ 진주 인터넷 언론 단디뉴스 홈페이지와 시민기자들의 글을 살피고 있는 권영란 단디뉴스 대표. /이서후 기자

사실 이 시장 막말 보도를 제일 먼저 한 것도 단디뉴스다.

"10월 21일 진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이 일이 터졌을 때 저는 마침 그 자리에 없었어요. 그런데 다른 기자들은 그 자리에 있었을 테고 분명히 시장이 하는 말을 들었을 건데도 왜 기사가 안 나왔을까요? 진주시장 스타일이 으레 그러려니 생각하고 넘겼거나, 각자 사정들이 있겠죠, 뭐."

단디뉴스는 당일 강민아 진주시의원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 이를 보도했다. 진주시청 기자실에 상주하는 20여 개 언론사 중 경남도민일보만 다음날 이를 보도했을 뿐이다.

◇"자본으로부터도 독립하고파" = 권 대표는 늘 이런 식이라고 했다. 진주 유등축제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도, 요즘 진주에서 벌어지는 비상시국대회를 누구보다 열심히 기록하고 있는 것도 단디뉴스다.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공론장 역할을 하겠다는 애초 목표를 힘겹게 지켜온 거다. 그것도 사실상 권 대표 혼자서 말이다.

"지금은 거의 1인 미디어라고 봐야죠. 지역에 이런 소규모 언론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요. 노동강도는 종이 신문의 2~3배예요. 인터넷 언론은 사실 밤낮이 없어요. 이슈 현장만 따라다니니까 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요. 일상을 통해 무언가 보여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단디뉴스를 이끌어가고 있는 권영란 대표.

그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가벼운 언론사가 되길 바라고 있다.

"기득권 세력뿐 아니라, 자본으로부터도 독립하고 싶어요. 지금 후원금도 솔직히는 마음의 빚이죠. 그러려면 기존 언론 식으로 운영하면 힘들어요. 시장 논리로 가면 답이 없거든요. 단디뉴스 자체가 돈을 벌 구조가 아니에요. 주변에서 돈 걱정을 많이 해주지만, 어차피 우린 안 되는 거잖아요. 하하."

창간 때부터 단디뉴스는 광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대로다.

"앞으로도 광고 영업은 안 할 거예요. 가능하면 월 1만 원 후원독자로부터도 독립하면 좋겠어요. 돈이 부족하면 제가 부업을 해서라도 밥벌이를 하며 이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장 취재와 편집과 시민기자 관리를 혼자서 해야 하는 상황은 여전히 부담이다.

"단디뉴스는 직장으로서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진주 지역에 애정이 크고 언론인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파트너십으로 같이 하면 좋겠어요. 저 외에 딱 한두 사람만 더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각자 일주일에 3일씩만 일하고 나머지 기간에 육체노동을 하며 생활비를 버는 방식이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앞으로 계획이 있느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이랬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아요.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죠. 단디뉴스가 출발할 때 제가 가진 생각들을 지켜나갈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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