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계약해지 당한 '누비자'기간제 노동자

좋은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정을 내세우는 창원시가 한지붕 아래 계약직에 대한 대우가 마뜩잖다. 창원경륜공단 공영자전거(누비자)부 배송정비원 기간제 노동자 처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한 기간이 만 2년을 넘어 무기직 전환을 기대하는 이들이 받아든 것은 11월 30일 계약 해지 통보다. 당장 같은 일을 하는 직원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민석(43) 씨는 2014년 6월 공영자전거부에 입사해 그해 11월 30일까지 계약했다. 2차 계약은 12월 1일부터 12월 22일까지다. 3차 계약은 2015년 3~11월, 4차 계약은 그해 12월 1~27일이다. 5차 계약은 다시 2016년 3월부터 11월 30일까지다. 그리고 해약 통보를 받았다. 12월 한시적 계약, 연초 1~2개월 공백은 이른바 '비수기'에 맞춘 운용이다.

이 씨는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학생이 누비자 이용을 많이 해서 겨울 방학 기간에는 업무량이 줄어든다"며 "사측에서 예산 상황에 맞춰 기간을 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들쭉날쭉한 계약 기간이 이상하지만 일한 기간을 모두 더하면 24개월 조금 더 된다. 직무 연속성을 인정한다면 무기직 전환 대상이다. 하지만 이 씨는 해약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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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경(51) 씨는 2014년 5월에 입사했다. 이민석 씨보다 입사가 1개월 빠르고 나머지 계약 상황은 똑같다. 김 씨 역시 무기직 전환을 기대했으나 해약 통보를 받았다. 이민석·김계경 씨와 상황이 같은 기간제 직원은 5명이다. 되짚어 보니 해약 통보에 앞서 이상한 기미는 있었다. 김계경 씨는 2015년 12월로 기억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급여 확인을 하는데 평소보다 입금액이 많았다"며 "내용을 확인하니 퇴직금 정산이었다"고 말했다.

당연히 이전 경력 소멸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곧장 담당자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담당자는 내년(2016년) 채용 방식에 변동이 있어 정산을 했을 뿐 경력 단절이나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기간제 직원 5명은 결과적으로 경력도 끊겼고 '해약 통보'라는 큰 불이익도 받게 됐다.

창원시는 단절 없이 이어지는 경력이 아니므로 무기직 전환이 어렵다고 답했다. 창원시가 관리하는 다른 기간제 직원과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창원시 인사조직과 관계자는 "해당 직원들은 1년에 2개월 정도 공백기가 있다"며 "단순히 경력을 누적해서 2년이 된다고 무기직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계약 해지를 앞둔 직원들이 이 해명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물론 창원시가 인정하는 무기직 전환 모범사례에 해당하는 직원은 있다. 2010년 1월에 입사해 2012년 무기직으로 전환된 ㄱ 씨는 계약 갱신이나 경력 단절 없이 2년을 일하고 기간제에서 무기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무기직 직원 중에는 다른 사례도 있다. 2012년 3월에 입사한 ㄴ 씨는 그해 12월까지 1차 계약, 2013년 2~12월 2차 계약, 2014년 3~12월 3차 계약을 거쳐 2015년 2월 무기직으로 전환됐다. 2011년 10월에 입사한 무기직 ㄷ 씨는 그해 12월까지 1차 계약을 하고 나머지는 ㄴ 씨와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5명 사례를 정리하면 몇 가지 문제점이 바로 드러난다. 먼저 경력 단절에 대한 일관성이 없다. 즉 누비자 업무 특성상 사용자인 창원시(경륜공단)가 이른바 '비수기'에 임의로 1~2개월 정도 기간제 직원을 활용해 인원 조정을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여기에는 '효율적인 운영'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무기직 전환 기준도 들쭉날쭉하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넘게 기간제 근무를 거쳐 무기직으로 전환됐다. 그나마 무기직으로 전환된 직원은 다행이다. 이민석·김계경 씨를 비롯한 5명은 2년을 채우고도 안정적인 일자리 대신 11월 30일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창원시는 265개 지역에 누비자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자전거가 특정 터미널에 쏠리지 않게 배분하고 고장 난 자전거를 정비 장소로 옮기는 게 배송정비원이 주로 하는 일이다. 이들이 일하는 배송정비파트 상남동 중앙센터 직원 수는 59명이다. 이 가운데 무기직이 39명, 기간제가 20명이다. 차량 10~14대로 이동하며 1인 1차, 2인 1차로 운영한다. 1인 1차를 맡으면 운전과 자전거를 싣는 업무까지 혼자 떠맡는다. 근무 시간은 오전반 오전 6시~오후 3시 30분, 오후반은 오후 3시~밤 12시다. 배송정비원들은 무기직과 기간제 직원 사이에 업무 차이는 하나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민석·김계경 씨를 비롯해 계약 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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