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맞다면, 예전엔 교장실 같은 곳에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었다. 눈높이에 있어도 영정사진처럼 께름칙했을 텐데 천장과 맞닿을 정도에 있어서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눈을 치켜들어야 볼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우러러보는 모양새는, 지금 생각해봐도 영 달갑지 않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이 부정선거를 치렀을 때 누군가는 이승만 사진을 떼다 버렸을지도 모른다. 이승만 정권을 향한 분노도 있었겠지만, 강제된 우상화에 반기를 드는 의미도 분명 있었을 거다.

시민혁명을 기념하는 곳에 특정 정치인과 관련한 사진과 설명이 있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것도 국내 최초 부녀 대통령인 두 사람만. 아버지는 '한강의 기적'으로 고도 성장을 이뤄냈고, 적통을 이은 딸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통일 대박'을 이룰 것이라는 평가.

판단은 개인 몫이다. 무수히 스러져간 이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 살아남은 자 일부는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판단은 각자가 할 일이다. 다만 그 판단에 정부기관의 의도나 강제성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 나는 이를 '세뇌' '프로파간다'라 불러도 모자라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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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다니던 박종철 씨가 경찰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은' 그날, 나는 세상 빛을 봤다. 내가 박종철 씨와 공유하는 것이라고는 눈물뿐이겠다. 그해 있었던 6월 민주화 항쟁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의 혁명은 글로 배운 세대라는 뜻이다.

그런 내게도 활자가 아닌, 생생한 현장을 목격할 기회가 왔다. 특정 정치인을 우상화하는 시민혁명 기념관 가까이 촛불이 켜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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