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찬반 양론으로 갈려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지난 28일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면서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지만 반대 측의 우려를 불식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동안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을 반대했던 측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현행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되어 있는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했다. 이는 건국절을 고집했던 논리에 다름 아니다. 즉 임시정부로부터 이어져온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한 것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것과도 배치된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임시정부에서 떼어내는 것 자체가 독립운동을 역사에서 지우는 것일 수도 있거니와 이는 현재도 득세하고 있는 청산하지 못하는 친일세력과도 연결되어 있다.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논리이다. 또 북한에 관한 기술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을 북한 정권 수립으로 수정하고 천안함 피격과 6·25 한국전쟁을 북한의 불법 침략으로 수정한 것은 현 정부 대북 기조가 그대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산업화에 대한 기술이 늘어난 것도 현 정부적 시각일 뿐 통시적인 역사적 시각은 될 수 없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이런 사실을 들어 국정 역사교과서의 폐기를 주장한 것은 진영 논리를 떠나 합당해보인다. 한 시기의 정부가 헌법에 어긋나는 반헌법적 논리를 국정 역사교과서에 담는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친일 독재를 미화하려는 시도는 국가와 민족 정체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이다.

박근혜 정권은 현재 시대착오적인 비리 탓에 전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 철학이 비뚤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 민주주의적 가치 실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참에 과거로 돌아가는 단일 국정 역사교과서는 시대착오적 산물일 뿐이다. 경남은 4·19와 부마항쟁의 의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장이다. 단일 국정 역사교과서가 경남에 발을 붙여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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