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행복을 다듬는 순간 '찰칵'…지인 스튜디오서 찍은 사진서로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

여기 한 아버지가 있습니다. 제법 값이 나가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짐짓 사진가 행세를 하면서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양반입니다. 왜 그런 사람 주변에 꼭 있지 않습니까? 사진으로 가끔 돈을 벌기도 하고 몇 번의 전시를 거치면서 '좀 더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생활을 렌즈로 들여다볼 생각은 완전히 접어버린 딸깍발이 사진가들 말입니다. 네, 그게 바로 접니다.

이런 사진가 아버지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작품 사진'은 많아도 거실벽에 걸 마땅한 가족사진 하나 제대로 없다는 겁니다. 저도 딸이 8살이 되도록 한 번도 가족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 가까이 지내던 후배가 사진스튜디오를 열었습니다. 처음엔 화환을 하나 보내야 하나 고민하다가 가족사진을 하나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다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내가 나름 작가연 하는 사람인데 그저 그런 사진을 찍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또 그놈의 사진작가병이 도진 것입니다.

배길효 씨네 가족사진. 길효 씨는 가족사진 찍는 것을 '다 함께 가족이란 형태의 매무새를 다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막상 좋은 가족사진을 찍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대체 어떤 것이 좋은 가족사진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때부터 딸과 아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진 한 장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우리는 어떤 모습인지,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인지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우리 가족의 많은 부분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가족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지 한 장의 이미지를 얻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라는 큰 거울 앞에서 한 가정의 매무새를 다듬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 사진을 쳐다보면 그 당시 다 함께 가족이란 형태의 매무새를 만지던 과정이 생각나 미소 짓게 됩니다. 앞으로는 가능한 한 자주 가족사진을 찍어야겠습니다. 가족사진을 찍는 과정을 또 즐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올해 행복한 셀카는 배길효 씨 가족사진으로 마무리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올 한 해 행복하셨는지요? 행복한 셀카는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010-9021-2508.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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