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진 경상대 교수 "애매모호한 말로 숨어 진정성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 대해 헌법학을 전공한 곽상진(사진) 경상대 법학과 교수는 "전혀 진정성이 안 읽힌다. '임기 단축'이라는 추상적인 용어를 써서 시간을 벌고 탄핵 정국을 피해가려는 의도"라고 일축했다.

곽 교수는 29일 오후 전화 인터뷰에서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기는 오로지 국가를 위해서 그리했다고 하는데 국민이 공감할 수 있겠느냐"며 "공익을 위한 재단을 만들려고 했다지만 재단 기금 80%를 빼가려 했던 것은 최순실 등에게 뒤집어씌우고 빠지려는데 그동안 수사결과 발표만 보더라도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진정성이 안 보이는 이유로 "정말 퇴진하려는 의사가 있으면 퇴진하면 되는데도 '임기 단축'이라는 애매모호한 말 뒤에 숨었다"는 점을 들었다.

"임기 단축에 진정성이 실리려면 '내가 내려놓을 테니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청문회 준비를 해 주세요. 총리와 내각이 구성되면 내려가겠다'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면서 "이처럼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용어를 국회에 던지고 논의해 달라는 것은 나쁘게 얘기하면 내려올 의사는 전혀 없고 시간벌기를 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혹평했다.

곽상진 경상대 법학과 교수

또 이번 담화 이후 논의가 개헌으로 몰리는 것도 경계했다.

"임기 단축이라는 용어는 또 개헌을 전제하고 있는 듯하다"며 "지금은 개헌을 논할 때가 아니라 그동안 모아진 뜻대로 탄핵으로 계속 가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에서 부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의 양심을 믿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굳이 탄핵 사유에 뇌물죄를 넣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헌법과 법률을 중하게 위반한 것이고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에서 헌재에서 기각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헌에는 부정적이라는 그는 "우리 헌법에 고쳐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 하필 정부 형태를 두고 개헌을 하겠다는 말이냐"며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사리사욕이 끼어들 여지가 많으므로 시기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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