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발리를 거쳐 롬복으로 이동했다. 롬복은 인근 작은 섬들의 접근성도 좋고 린자니라는 유명한 활화산도 있어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그야말로 배낭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여행지이다. 롬복에서 숙소는 호텔이 아닌 에어비앤비(자신의 주거지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숙박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집주인은 케툭이라는 롬복 토박이였는데 그의 집은 마을 깊숙이, 혼자서는 절대 못 찾아올 것 같은 곳에 있었다. 케툭의 집은 중간에 아담한 오두막이 있는, 보기에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내가 기대하던 현지인 집 딱 그대로였다. 짐을 간단히 풀고 그에게 주고자 한국에서 가져온 김과 소주를 꺼내놓았다. 감사의 표시로 케툭은 자신이 직접 담근, 한 모금만 마셔도 골이 띵해지는 독주를 내왔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오랫동안 호텔 지배인 일을 했다는 케툭은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다. 지금은 호텔 일을 그만두고 에어비앤비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보통 방이 다 차고 나면 이웃 주민집에도 숙박객을 소개해준다고 한다.

케툭은 다음날 아침 그의 형이 하는 꼬치집에 나를 데리고 갔다. 그곳은 일정 시간 동안만 하는 곳이라는데 늦게 가면 다 팔리고 없을 정도로 인기라고 하니 여간 기대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기대하던 그 집에서 나는 꼬치를 어마어마하게 먹었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니 케툭이 누군가 나를 초대했다며 어딘가로 데리고 갔다. 혼자 사는 나이 많은 아저씨 집이었는데 외국 관광객 방문이 드문 그 마을에서 나의 방문 소식이 신기했나 보다. 그는 지난밤 케툭이 내온 똑같은 술을 나에게 한잔 권했다. 사양하기 어려워 대낮부터 한잔 마시고 정신이 몽롱해졌는데 자꾸 술을 권해서 적당히 마시고 일어나기로 했다. 그렇게 집을 나서려는 나를 붙잡는 집주인 아저씨, 그는 직접 키우는 과일나무에서 열매를 따서 나에게 줬다. 새콤달콤하니 맛이 좋았다. 인도네시아 롬복, 작은 마을에서 우리나라에서 느끼던 푸근한 시골 인심이 느껴졌다.

하루도 안 돼 이미 이곳이 내 집, 내 동네가 돼 버렸다. 지내는 동안 케툭의 가족과 동네 아이들이 즐길 수 있게 한국에서 가져온 해먹과 텐트도 설치해뒀다. 그곳에서 케툭과 아이들은 짬짬이 낮잠을 즐겼다. 그는 내게 문제가 생기면 가족과 같이 걱정해줬고 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넘어져 생긴 나의 상처도 잘 보살펴 줬다.

그렇게 나를 걱정해주고 아껴주는 새로운 가족이 롬복에 생겼다. 5일가량 그의 집에 머물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내가 비록 그에게는 스쳐가는 수많은 여행객 중 한 명일 테지만 그는 나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는 롬복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다시 만날 그때까지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기를 바라본다. /김신형(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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