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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조합, 이제는 자가발전 사업체로

[임채민 기자가 만난 산림조합 CEO] (8) 함양군산림조합 정욱상 조합장
경제사업 대부분 산림자원 조성 등 국가 위탁 사업
작은 외형 극복하려 곤충산업·톱밥공급 등 신사업 개발 나서

임채민 기자 lcm@idomin.com 2016년 11월 28일 월요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산림조합'이 생소할 만하다. 농협, 축협, 수협에 비한다면 산림조합의 존재감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경남 도내만 하더라도 농·축협이 140여 개에 이르는데, 전국에 산재한 산림조합이 140여 개다. 그래도 도내 각 시·군마다 산림조합이 하나씩 있는 셈이긴 하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듯 함양군산림조합 정욱상(67) 조합장을 만났을 때 그의 첫마디는 "아이고, 우리 같은 조직에 뭐 기삿거리가 나올 게 있다고 찾아오셨습니까?"였다. 정 조합장은 농반진반으로 이렇게 첫 인사말을 던지긴 했지만, 산림조합에 대한 애정은 깊었고 그만큼 산림조합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의지 또한 강했다. 40년 넘게 산림조합이라는 조직에 몸담으면서 체득해온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 조합장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펼치는 다양한 정책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농·축·수협과 비교되는 산림조합만의 독특한 형태부터 간단하게 짚어보는 게 도움이 될 듯하다.

정욱상 함양군산림조합장은 신사업 개발, 특히 곤충산업 추진을 위해 전국 곳곳을 누비며 시장조사를 해왔다. 정 조합장이 강원도 횡성에서 고가에 구입한 굼벵이 가루를 들어보이며 그 사업 성공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산림조합은 1962년 임업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농협 설립보다는 1년이 늦다. 여·수신 사업은 기본으로 하고 있고, 그 외 경제사업으로는 사유림 경영지도·산림자원 조성·산림경영기반 구축·임산물 유통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농협과 축협처럼 농산물과 축산물을 위탁판매하는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일선 농축협에서는 1차 생산물을 위탁 판매하는 걸 넘어서 그것을 가공하는 등 '6차 산업'을 이야기하고 있을 정도인데 산림조합은 그렇지 않다. 산에서 밤이나 오미자 등이 생산된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농협이나 각종 전문조합으로 흘러들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결국 산림조합은 '산림자원 조성'이나 '산림경영기반 구축' 등 정부 사업을 위탁받아 처리하는 걸 경제사업의 주 업무로 삼고 있다. 그래서 정부 위탁 사업량이 많을 때는 흑자, 그렇지 않을 때는 적자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이마저도 '산림사업 법인제도'가 도입되면서 공익적 영역을 담당해온 산림조합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 위기에 처해 있다.

정 조합장이 이야기하는 산림조합의 태생적 한계는 이렇다. "처음 산림조합이 만들어질 때 정부의 동반자 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하수인 역할이었다. 산림녹화사업 시키려고…. 당시 산림계라는 걸 조직했는데, 갈비(소나무 잎) 같은 걸 못 가져가게 감시를 하는 거였다. 당시 산림계 권한이 막강했다. 그렇게 국가사업을 대행하는 형태로 주욱 내려오다가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다행히 우리 같은 경우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산도 많고, 목재 집하장도 만들어 놓았다. 근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다른 곳은 성공하기 힘들다. 절반 이상이 적자라고 보면 된다. 금융사업 역시 여타 은행권과 네트워크가 잘 안돼 있으니 한계가 많다."

도내 농협 중에는 한 해 경제사업 매출액이 1000억 원 이르는 곳이 있긴 하지만, 함양산림조합의 경우 경제사업 규모가 40억 원 정도다. 물론 이 중 대부분은 국가 위탁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 위탁 사업이 많으면 흑자고, 적으면 적자'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현실이다.

외형적 규모가 농협이나 축협에 비해 현저하게 작다고 해서 가만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정 조합장은 산림조합 경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곤충 산업'에 뛰어들었다. 전국 곳곳을 누비며 사업성 등을 따져가며 벤치마킹한 결과였다.

"곤충 산업은 함양군과 경남도가 추진하는 항노화 산업 육성책과도 연계된다. 식용, 천적용, 약용, 사료용 등 시장 수요는 충분하다.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의 5∼6배인데도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제가 세미나 같은데 참석하다 보니 그 활용 분야도 다양한 걸 알 수 있었다. 실례로 몇몇 대형 병원에서는 환자식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서는 그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 조합장은 조합에서 먼저 곤충사업을 시작한 후 점진적으로 조합원들을 상대로 홍보해나갈 계획이다. 냉동건조를 위한 시설을 조합에서 건립해 일선 농가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복안도 세워 놓았다.

함양산림조합은 이와 함께 톱밥 공급 사업도 병행해 펼치고 있다. 톱밥은 축산농가에서 많이 사용될 뿐 아니라 양파 농가 등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축산농가에서는 분뇨 흡수용으로, 양파 농가 등에서는 수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함양산림조합은 질 좋고 싼 가격에 톱밥을 공급하고 있어 함양군 농정 전반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게 하고 있다.

1969년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정 조합장은 1976년부터 산림조합에서 일해왔으며, 현재 재선 조합장으로서 재직하고 있다. 첫 조합장 임기 동안이 적자를 메우는 데 집중한 시기였다면, 재선 재임 기간은 미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신사업을 창출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곤충사업과 톱밥 공급 사업 외에도 중앙회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상조사업 역시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정 조합장은 상조사업과 연계한 새로운 형태의 장례문화 사업도 고민하고 있었다. 이 또한 그동안 산림조합에서 펼쳐온 벌초 대행, 수목장 사업에 기반을 둔 아이디어다.

산에서 나오는 각종 임산물을 판매하든, 아니면 산림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든 산지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한데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정 조합장은 산지가 국토면적 64%를 차지하지만, '국가예산 400조 시대'에 산림청 예산이 2조 원 안팎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솔직히 산은 무주공산이다. 산 주인이 자기 산에서 송이 같은 걸 직접 채취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봄이 되면 인근 도시에서 관광차 타고 나물 뜯으러 온다. 고사리도 뜯어가고 곰취나 다래도 다 가져간다. 나 역시 산주인데, 내가 내 산에 가면 고사리 뜯으러 온 사람들이 나보고 딴 데가서 나물 뜯으라고 할 정도다. 그냥 모른 척하곤 하는 게 현실이다. 아마 대부분의 산주들이 이럴 것이다. 쓰레기 많이 나오고, 그렇다고 해서 당장 산을 통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하는데, 4년이나 5년, 1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할 여력을 가진 산주도 많이 없다."

국가의 정책적 노력 부재와 민간 차원의 인프라 부재로, '산'을 관리하고 가꾸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오랜 기간 산림조합에 몸담은 정 조합장의 진단이었다.

내외부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정 조합장은 함양산림조합의 기반을 닦는 일에 매진함으로써, 그 힘을 바탕으로 함양의 산림자원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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