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되돌아본 경남메세나의 한 해…신규 결연팀 53개 탄생, 18개 시·군 예술단체 참여20% 넘는 외적 성장 눈길

#1. 합천예총은 2015년부터 여러 기업이 한 단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경남메세나협회가 제도를 개선한 것을 활용해 후원을 받았다. 합천예총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골목상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업체 문도 함께 두드렸다. 합천베스트샵, 미성건설, 탑광고사, 해인양돈, 우리밀제과, 세광한의원으로부터 후원받아 지역예술 꽃을 피워냈다. 이들 6개 기업은 지역민이 즐겨 찾는 합천 읍내 업체들이다.

#2. 지난 몇 년간 경남메세나협회를 통해 후원 받아온 단체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꾸준한 지원 덕분에 지역민에게 더 질 높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어요"라고. 다만 일각에서는 지원범위가 좁다는 평가를 내리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경남메세나협회가 29일 창원 풀만호텔에서 열리는 경남메세나대회를 끝으로 사실상 한 해 사업을 마무리한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 주선은 꾸준히 계속될 예정이지만 실질적인 올해 사업은 이날을 끝으로 마친다.

내년이면 협회 창립 10주년을 맞는 경남메세나는 올해도 여러 기록을 쏟아냈다. 3년 연속 100개 팀 이상 결연을 달성했다. 신규 결연팀은 지난해와 같은 53개지만 도내 18개 시·군에서 모두 결연 팀이 나온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9월 21일 창원 리베라컨벤센에서 열린 경남메세나협회 '기업과 예술의 만남' 결연식. /경남도민일보 DB

◇매칭펀드 포함 140억 후원 = 경남메세나는 지난 2007년 창립된 후 꾸준히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주선 중이다.

한국메세나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중심으로 결연팀을 결성해 나간다면 경남메세나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2007년 설립 당시 79개 회원사와 10개 결연팀에서 올해 회원기업 217개, 중소기업 결연 119개 팀, 대기업 결연 19개 팀 등 총 138개 팀의 결연 성과를 이뤄냈다. 그동안 결연사업을 통해 예술단체에 후원한 누적 결연금액도 경상남도 40억 원, 창원시 2억 원 등의 매칭펀드 출연금을 포함해 140억 원에 달한다. 더불어 내년에는 김해시까지 매칭펀드 출연금에 동참하게 되면서 외적 성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18개 시·군 예술단체가 참여하면서 도내 문화예술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경남메세나 한동진 전무이사는 "18개 시·군 예술단체가 참여하게 됐다는 점을 올해 가장 큰 성과로 본다. 지난해에 비해 20%가 넘는 외적 성장을 이뤘다"며 "김해시가 매칭펀드 출연금에 동참하게 돼 좀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타 광역지자체에서 지역메세나 선두주자인 경남메세나에 도움 요청도 쇄도한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메세나다. 제주메세나는 올해 첫 사업을 시작했는데 경남메세나가 걸어온 길을 통해 배울 점을 찾고 있고, 경남메세나 관계자들이 제주를 오가며 실질적인 노하우를 전해주고 있다. 이 밖에 대구와 인천에도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경남메세나협회 지원을 받아 공연을 펼치는 거창합창단. /경남메세나

◇경남 예술 힘, 계속 발전해야 = 경남발전연구원 한상우 박사는 경남예술의 힘은 경남메세나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앞으로 나아갈 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

한 박사는 "지역경제 위축으로 기업들은 긴축 재정에 들어가는 등 악재가 산적했음에도 경남메세나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에 비해 사업 다변화도 잘됐고 지역메세나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경남메세나가 있어 지역문화예술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사업 다각화나 후원 받는 단체의 입장에선 고민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 박사는 "수요조사도 해 볼 필요가 있고, 목적별 지원사업이나 메세나 지원대상 확대, 현실적인 사업 등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매칭펀드와 같은 경우엔 예산상 제약이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엔이-김해미술협회 결연식.

◇편중된 장르별 지원 등 숙제 = 개선점도 분명하다. 가장 큰 숙제는 매칭펀드 결연단체 장르 비율을 완화하는 것이다. 매칭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음악계로, 무려 61%에 이른다. 타 예술계와 비교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로 높은 미술계(약 16%)와 비교해도 4배 많은 수치다. 이는 음악이 기업에서 접근하기 쉬운 예술장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전무는 "음악과 미술 등은 타 예술계에 비해 많은 후원을 받는 장르다. 기업에서도 문학이나 연극 등에 후원을 하기보다는 접하기 쉽고 비교적 익숙한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해결책을 내놓을 시점이라고 전했다.

캠코 경남지부-경남메세나 협약.

무용단체를 운영 중인 한 예술인은 "메세나에 지원해도 누락될 것으로 보여 지원서류조차 쓰지 않는다"며 "무용에 대한 이해도가 없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기업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대기업 후원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메세나에 지원하는 대기업은 경남메세나 지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정치, 경제뿐 아니라 문화예술계도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쏠림현상 탓이다.

이 밖에 결연팀 지역 편중도 지적된다. 경남메세나를 통해 확인한 '올해 시군별 후원기업 및 수혜 예술단체 현황'을 볼 때 복수 혜택을 받는 단체를 제외한 총 119개 결연단체 중 창원이 63개로 53%를 차지했다. 김해가 16개(13%), 진주가 10개(8%)로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한 전무는 "창원에 후원기업이 많다보니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하나다. 지역 편차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수요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사천·진주 지역과 양산지역을 거점으로 추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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