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는 지난 12일 집회보다 1.5배는 더 온 것 같았다. 사실 12일 집회에서 이미 나올 만한 사람은 다 나왔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모여드는가?

이 사태의 큰 줄기는 최순실과 박근혜의 국정농단이지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에는 조연의 힘이 컸다.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의 특혜가 10~20대의 분노를 일으켰다. 밤을 새워 과제하고 교수 비위 맞춰가며 겨우겨우 따는 학점을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엄마 '백'으로 거저 얻었다. 비아그라 같은 성 관련 물품을 '혈세'로 구매했다는 사실에 청와대는 모든 권위를 잃은 뒷골목 시정잡배 놀이터가 돼 버렸다.

이렇듯 자신들과 맞닿은 지점에 있을 때 분노는 더욱 커진다. 문제는 앞으로다. 탄핵 국면으로 정치공학이 개입되면 다시 '복잡하고 어려운 남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언제까지나 촛불을 들 수는 없을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따져보자면 박근혜를 쫓아낸다고 해서 세상이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앞으로 청와대는 조금 더 투명해지겠지만 재벌, 지역토호 등 기득권 세력은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들의 기득권을 부분적이라도 무너뜨리고 시민의 몫을 키워나가는 방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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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도 큰 성과지만 이어진 노동자 대투쟁도 큰 결실이었다. 이를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노동권을 확보했고 이들이 우리 사회 중산층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사회적 변화가 함께 이뤄졌기에 1987년이 더 뜨겁게 추억되는 것이다. 따라서 촛불은 이제 시작이다. 생각해보면 겨우 한 달 촛불을 들었을 따름이다. 이 동력을 꺼뜨리지 않고 사회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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