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동안 촛불은 다섯 차례에 걸쳐 불을 밝힌 결과 매번 기록을 경신하며 수많은 시위 군중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지난 주말에 열렸던 집회에도 전국적으로 200만 명 가까운 시민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박근혜 퇴진을 연호했다. 이게 민심이다. 부패정권을 향한 단죄의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만 가고 열기 또한 뜨거워져 가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비와 눈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상 최고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올리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을 뿐이다.

창원과 마산·진주 등 도내 민심도 예외가 아니었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민의를 배반한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정권 퇴진을 외쳤다. 하지만 청와대는 기척이 없다.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종전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촛불민심의 진정성과는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뭔가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는 예단만 나돌 뿐 이번 촛불집회마저 울림 없는 메아리가 되지나 않을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답이 있어야 한다. 국민이 촛불을 들어 함성을 울리고 질문을 던졌으니 마음이 편하든 편치 않든 그것과는 별도로 심경의 일단을 밝혀 응답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세 번째 대국민담화는 내키지는 않겠지만 더 미뤄서는 안 될 진심 어린 사과여야 민의에 부응할 수 있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상기할 수만 있다면 의외로 해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탄핵이나 특검 등 산적한 현안은 저절로 돌파구를 찾아 사회적 자동조절기능 아래 질서를 되찾을 것이다.

가장 급한 것은 검찰 조사를 받는 일이다. 검찰의 미완성 공소장이 대면조사를 거부하는 대통령 고집에서 비롯됐고, 그로써 사법체계까지 흔들어놓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대원칙이 휴짓조각이 될 판이다. 1·2차 대국민사과에서 언급한 대로 약속만 지켰더라도 촛불 크기는 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생업을 팽개치고 촛불의 바다에 뛰어드는 서민들 아픔이 외면받아서는 안 된다. 이제 정말 마음을 비울 때다. 무거운 외투를 벗어 던지고 마음을 열어젖히면 어둠은 빛으로 다가올 것이다. 국민은 지금 그걸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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