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 맘대로 여행] (93) 통영 이순신 공원

바람 끝은 매서운데 매순간 정신이 사납다.

위로가 필요한 시절이다.

바다를 건너온 바람은 매서움을 덜고 청량함을 더한다. 겨울 코앞에서 다시 바다가 그리워졌다.

통영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바다, 그림같이 떠 있는 섬들, 하얀 뱃길을 내며 통통 달리는 작은 배.

무엇보다 칼바람 속에서도 펄떡이는 활기와 생명력은 강한 기운을 전해준다.

통영은 조선 중기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근거지가 되면서부터 역사 속에 떠올랐다.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되고 그 줄임말로 '통영'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충무'라는 지명 역시 시호 충무공에서 따온 이름임을 미루어 보면 그 역사적 배경이 짐작된다.

통영시 정량동 망일봉 자락에 자리 한 '이순신공원(옛 한산대첩기념공원)'을 찾았다.

너른 주차장은 휴일에도 여유가 있다. 오르막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우뚝 솟은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은 바다가 된 듯하다. 청동으로 만든 높이 17.3m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한산도 앞바다를 바라보며 손짓을 하고 있다.

'장수 된 자의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뜻을 펼친 이순신, 오로지 백성으로 향하는 충을 실천했던 장군의 낮지만 힘있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앞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적 소탕에 큰 역할을 했던 천자총통이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숲으로 가는 산책길과 바다로 내려가는 오솔길 나무숲 사이에 서서 바라보는 풍경이 절경이다.

경사가 완만한 덱로드를 따라 바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는 파도를 바라보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간이 모래밭은 아이들에게 훌륭한 놀이터가 되고 어른들에겐 좋은 휴식처가 된다.

공원 중앙에는 정자(학익정)가 우뚝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앉아 학익진으로 적선 47척을 쳐부수고 12척을 나포한 한산도대첩이 펼쳐졌던 바다를 바라본다.

환란 속에서 오로지 백성을 아끼고 그 책임을 실천했던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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