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요세파 수녀 저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 이종만 저 <찰나의 꽃>

자연을 노래하지만, 그 시선은 자연을 넘어 세상과 삶을 향한 시집 2권이 나왔다.

창원에 있는 마산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에서 수도 중인 장요세파 수녀가 쓴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와 고향 통영과 강원도 원주 문막을 오가며 40년간 벌을 치고 있는 양봉가 시인 이종만이 지은 <찰나의 꽃>.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 = '입에서 풀잎 소리가 났으면 좋겠다/풀잎 따서 입에 물고/산에 오르면/어느 새 나의 말도 풀잎 소리를 낼까('풀잎의 노래5' 전문)'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에는 '풀잎의 노래' 연작 등 시 137편이 수록됐다.

시집 출간은 장요세파 수녀와 수묵화가 김호석 화백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장요세파 수녀와 교류하며 시를 받아본 김 화백은 "시를 읽으며 순간과 영원, 그리고 찰나의 진실에 대해 공유하게 됐다. 이런 시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집 출간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출판사와 인연이 닿아 시집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찰나의 꽃>
이종만 지음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자신의 마음 하나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우주 창생의 신화를 쓰고 지금도 변함없는 그 속내들을 삼라만상과 함께 살피는 일인 줄 이 시집을 보고 확연히 알게 됐다"고 해설했다.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은 엄격한 수도 규율을 강조하는 곳으로, 소수의 예외 사례가 아니면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다. 시집 출간은 수녀원 내부 회의를 통해 허락받아 이뤄졌다고 한다. 봉쇄수녀원은 한번 들어가면 밖으로 나올 수 없지만 장요세파 수녀는 2007~2009년 마산 수정만 조선기자재 공장 건설 논란이라는 환경운동 문제로 로마에 있는 수도회 총장 신부의 허락을 얻어 외부 활동을 한 바 있다.

216쪽, 솔 출판사, 1만 원.

◇찰나의 꽃 = '새벽 한 시에 피었다/찰나에 시드는/꽃이 있다/순식간에 피었다 지기 때문일까/꽃은 너무 눈부셔/그 꽃 마음 속에 지니고/일생 살아가는/사람도 있다/새벽 한 시/어둠 속에서 번쩍 피었다/사라져 버리는 꽃('찰나의 꽃' 전문)'

꽃을 따라 벌과 함께 살아가는 양봉가 시인이 시집 <찰나의 꽃>을 세상에 내놨다.

총 4부로 나눠 74편의 시를 담았다. 시인은 꽃과 벌의 내밀한 교감, 자연을 자신의 삶으로 살아내려는 의지를 시에 투영한다.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
장요세파 지음

이경호 문학평론가는 작품 해설에서 "시에서 삶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경우가 있다. 의도적으로 수식어를 배제하고 언어의 체적을 줄여놓을 때 그런 느낌을 받기 쉽다. 그런데 그런 의도조차 그다지 내켜 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그야말로 소박하고 천진하게 언어를 풀어내는 시에서 느껴지는 삶이 더욱 투명해 보인다. 이 시인의 작품들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고 평했다.

통영 사량도가 고향인 저자는 매년 봄이면 문막으로 가서 양봉을 하고, 11월이면 통영으로 온다고.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를 펴냈다. 104쪽, 황금알,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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