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야고 기자단] (8) 찬찬히 돌아보기
창녕옥야고 15명 기자단 활동 지난 4월 우포늪 답사 시작해 국제습지 현황·보전방안 탐구
탐방객 설문조사도 이끌어…학생들 곳곳 누비며 마무리

습지는 여러 가지 효능이 있다. 큰물이 졌을 때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 가뭄이 들었을 때 수량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기능, 식물·동물은 물론 무생물인 무기물질까지 다양하게 품어 보전하는 기능이 있다.

여기에 풀과 나무가 어우러지면서 토양 소실을 막아주는 기능, 심지어 무더운 한여름 기온을 낮춰주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물을 머금고 있다는 습지의 근본 속성이 베풀어주는 효과라 할 수 있다.

습지의 효능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인간이 오랜 옛날부터 습지에 깃들어 살아온 까닭을 알 수 있다.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전통적인 촌락 입지도 인간이 습지를 삶의 바탕으로 살아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지난 12일 창녕옥야고 기자단이 마지막 활동으로 각자 습지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활동을 즐겼다. 일부가 우포늪 수풀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모습./김훤주 기자

우뚝한 산이 있어야 팬 골짜기가 있고 그래야 골짜기를 타고 물이 흘러내린다. 그렇게 해서 물이 모여 개울·시내·하천을 이루고 그것이 만나거나 갈라지는 여울에 사람이 모여 마을을 이루는 것이다.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다달이 한 차례씩 진행된 우포늪 람사르습지도시 선정을 위한 창녕옥야고기자단의 활동은 이런 사실을 머리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11월 12일의 마지막 여덟 번째 활동은 습지가 인간에게 끼치는 심미·심리적 기능에 대한 확인이었다. 요즘 잘하는 말로 '힐링' 효과다. 습지를 바라보거나 그 속에 들어가 거닐면서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절로 웃음이 나며 절로 상대방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기자단이 지난 4월 우포늪 답사를 시작하며 남긴 단체 사진./김훤주 기자

어쩌면 이런 '힐링' 효과가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욱 중요하고 절실해지지 않을까 싶다.

모든 방면에서 산업이 고도화되면 사람살이의 근본이 습지와 멀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세상살이가 갈수록 각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에 다치고 삶에 지친 인생들이 일상을 벗어나 습지가 되었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돌아와 기대고 쉬면서 스스로를 추슬러야 하는 시대인 셈이다. 창녕 우포늪에 갈수록 사람이 끓고 순천만 갯벌과 습지와 갈대가 갈수록 유명해지는 까닭이라 하겠다.

창녕옥야고 2학년 15명으로 구성된 기자단은 지난 12일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대대제방과 사초군락지가 이어지는 일대에서 노닐었다. 어떤 친구는 자전거를 빌려 탔고 어떤 아이는 자기 두 발로 걸어다녔다.

지난 6월 국제적인 습지 보전 현황을 조사하고 신문만들기를 하는 모습.

혼자서 노니는 친구도 있었고 여럿이 어울려 노니는 친구도 있었다. 어떤 경우는 서로 어깨를 기대며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었고 어떤 때는 함께 소리를 지르며 같이 즐거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여태까지 기자단 활동은 거기서 자라는 나무와 풀이 어떤 것이 있는지, 해당 지역 습지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또 그것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습지와 마을이 어떤 상관 관계에 있는지 등등 크든 작든 무엇인가를 알아보고 찾아보는 과제가 주어져 있었다면 이날 마지막 여덟 번째 활동은 그런 것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그냥 둘러보는 것이었다.

어떤 이론이나 지식을 익히기보다는, 짧은 시간이나마 습지와 더불어 지내며 감성의 풍선을 채워보자는 취지였다.

지난 7월 억새로 지붕을 만든 하씨초가에서 옛사람들이 습지를 활용한 방법을 듣는 장면.

11월은 때마침 겨울철새가 우포늪을 본격 찾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기자단 일행이 우포늪 네 곳 가운데 가장 조그마한 쪽지벌로 자리를 옮겼을 때 살짝 해가 기운 하늘에 기러기·오리·고니 등이 날아다녔다.

기러기는 Y 또는 V 모양으로 예닐곱 마리가 편대를 이루어 날았고, 오리는 그냥 무리 지어 날았으며 고니는 우리나라를 찾은 대부분이 부산 명지 낙동강 하구로 날아간 때문인지 드문드문 한두 마리씩이 외롭게 날았다.

기자단 친구들은 때로는 무심히 보아 넘기고 때로는 소리도 지르고 손을 뻗어 가리키기도 하면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오리는 가장 작으면서 날갯짓이 방정맞아 보일 정도로 파닥거리고 기러기는 그보다는 크면서 날갯짓은 그냥 활발해 보이는 정도라면 덩치가 가장 큰 고니는 긴 목을 곧게 뻗은 채로 천천히 날갯짓을 하기 때문에 우아해 보이기조차 해요'라고 일러줬지만 이런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칠까봐 그냥 걷지 말고 선 자리에서 보고 돌아가 저녁밥을 먹으면 어떻겠느냐 물었더니 입을 모아 다들 같이 걷자고 했다.

그래서 일행은 쪽지벌을 왼쪽으로 끼고 걸으며 세진마을로 넘어가는 출렁다리까지 천천히 갔다가 돌아왔다. 지난 4월 기자단 활동을 시작할 때 보였던 습지에 대한 낯섦은 사라지고 오히려 습지 안에서 편안하게 누리는 품새였다. 사실은 이런 것이 더 중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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