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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창출보다 맛·건강…지역 농산물로 전통 잇다

[지금은 글로컬 시대 '지역다움'이 답이다] (3) 슬로푸드 운동 실천하는 이탈리아 토리노·브라

이수경 기자 sglee@idomin.com 2016년 11월 25일 금요일

이탈리아 사람들은 '건강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지역 업체가 성장할수록 상업화 유혹에 쉽게 휘둘리게 마련인데, 이탈리아 토리노·브라 지역 사람들은 수익 극대화를 도모하기보다는 지역 농산물과 특산품, 사람을 위한 슬로푸드 운동에 동참하면서 그 지역 전통을 60~70년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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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파스타 유통업체 '파스티피치오 볼로그네즈'는 1949년 크리스티나 무짜렐리(50·큰딸.사진 가운데)의 할아버지가 파스타집을 차렸고, 현재 아버지(대표.오른쪽)와 큰딸 부부, 여동생(47.왼쪽)이 함께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지발위공동기획취재단

◇파스타 생산·유통업체 '파스티피치오 볼로그네즈(PASTIFICIO BOLOGNESE)' =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파스타 유통업체 '파스티피치오 볼로그네즈'는 3대째 토리노 전통 파스타를 만들어 이탈리아 전 지역(식당 등)에 판매하고 있다. 또 런던, 프랑스, 브뤼셀 등으로도 수출하고 있다.

1949년 크리스티나 무차렐리(50·큰딸)의 할아버지가 파스타집을 차렸고, 현재 아버지(대표)와 큰딸 부부, 여동생(47)이 함께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은 겨우 20명이고 규모도 크지 않다. 하루 생산량은 파스타 종류와 식당 주문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평균 1200㎏가량 된다. 연매출은 120만 유로(147억~160억 원) 정도다. 이탈리아 각 주의 대표적 식재료(밀가루, 치즈 등)를 직접 공급받아 생산하는 게 비결이다. 밀가루 반죽, 고기 가공, 반죽을 갖가지 파스타 모양으로 찍어내기, 숙성, 포장까지 모두 이 업체에서 이뤄진다. 파스타 대량 생산 유통업체는 토리노에서 여기 1곳뿐이다.

이탈리아 토리노 '파스티피치오 볼로그네즈' 매장에 진열된 파스타 제품들.

크리스티나 무차렐리 씨는 "오랜 전통을 갖고 슬로푸드 철학으로 신선한 지역 재료로 건강하고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어온 원칙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오래 둬도 신선한 게 우리 제품 특징이다. 지역서 인정받고 이탈리아 전 지역과 다른 나라에도 납품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또 "외국 셰프들이 우리 파스타를 선택하고 있다. 로컬 브랜드가 바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커피점 '카페 다모소(CAFFE DAMOSSO)' = 다모소(DAMOSSO) 가문이 토리노 지역에서 60년 넘게 계승해온 커피점이다. 오직 전통과 커피 맛으로 승부하기에 커피점은 10평(33㎡) 남짓밖에 안 되지만 손님은 줄을 선다. 아버지인 비탈레 다모소가 창립자다. 현재는 큰아들 엔초 다모소(74)와 작은아들 파울로 다모소(64)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전통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가족경영제 덕이다.

카페 다모소에서는 커피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로스팅해서 원두를 다른 커피점에 보낸다. 이탈리아 제노바, 트리에스테에서 질 좋은 생두를 직접 사와서 볶아 로스팅해서 미국, 아시아, 인도, 아프리카까지 공급한다. 직원은 4명뿐이다. 원두 1㎏에 22유로(2만 7500원)이며, 연 7000㎏가량(1억 9360만 원) 판매한다.

다모소(DAMOSSO) 가문이 토리노 지역에서 60년 넘게 계승해온 커피점. 아버지인 비탈레 다모소가 창립자다. 현재는 큰아들 엔초 다모소(오른쪽)와 작은아들 파울로 다모소(왼쪽)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지발위공동기획취재단

파울로 다모소 씨는 "맛의 평가단인 미식가들이 질 좋은 커피에 높은 점수를 줬다. 커피평가단한테 인정받은 커피점"이라며 "현재 자리에서 48년간 커피를 로스팅하고 있다. 우리는 수익에 연연하지 않으며, 커피 재료의 질과 맛에 자부심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다모소 커피의 매력을 묻자 그는 "100% 아라비카로, 약간 씁쓸한 맛과 달콤한 과일·카카오 맛이 나면서 향기가 로맨틱하다"고 표현했다.

토리노 지역은 전통을 가진 커피점이 다모소 1곳뿐이며,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

◇와인 생산·유통업체 '발비아노 와이너리(Balbiano Winery)' = 발비아노 와이너리는 1941년 루카 발비아노(34)의 할아버지가 만들기 시작했고, 아버지 프랑코 발비아노에 이어 루카 발비아노가 토리노에서만 만들 수 있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프레이자(FREISA: 포도의 한 품종으로 1900년대 제일 유명했던 포도 이름)'라는 와인시리즈를 비롯해 '비그나 빌라 델라 레지나(VIGNA VILLA DELLA REGINA: 레지나 여왕 이름을 딴 포도)'란 포도주로 유명하다.

발비아노 와이너리가 있는 장소는 원래 가족들이 살고 있던 곳이었는데 1980년부터 30년 동안 와인 공장으로 리모델링해왔다. 하지만 외형과 지하 와인창고는 1940년대 와이너리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내부 와인 제조 기계만 온도 조절까지 가능한 최신 설비로 교체했다. 현재는 120명 정도 단체 고객을 초대해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와인 시음 코너를 만들고 있다. 1900년대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사람들 생활과 와인 만드는 삶을 보여주는 와인박물관에는 1500개 골동품과 600개 장난감이 고객들 시선을 머물게 한다.

발비아노 와이너리는 1941년 루카 발비아노의 할아버지가 만들기 시작했고, 토리노에서만 만들 수 있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레지나 여왕이 옛날에 직접 재배했던 그 포도밭에서 아직도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이 포도밭이 유명한 까닭은 토리노 시내에 있는 가장 오래되고 유일한 포도밭이고, 2009년부터 그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로 레지나 와인을 만들고 있다. 2014년에는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빈 와이너리와 자매연합을 맺어 토리노 와이너리 유럽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이다. 아버지와 루카 발비아노 부부, 일꾼 2명 등 총 5명이 포도밭 8개를 관리한다.

레지나 와인은 1년에 4000병 한정판으로 넘버링해서 판매한다. 2013년산은 4770병 만들어 팔았다. 발비아노 와이너리에선 1병(0.75ℓ)에 15유로(1만 8800원)에 살 수 있지만, 런던 식당에선 1병에 100파운드(14만 6400원)에 팔리기도 한다. 공급 가격은 루카 발비아노가 결정하며, 식당마다 1년에 24병만 제한해서 유통한다.

루카 발비아노 씨는 "포도씨를 심어서 좋은 와인이 나오기까지 보통 5년이 지나야 한다. 대개는 9월 포도를 수확해서 3월 판매까지 6개월 걸린다"며 "정부 지원은 전혀 없다. 돈을 벌기보다 와인을 굉장히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마케팅 위주로 와인에 접근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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