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 필통]운전기사 "경남도 공문 왔다" 승차 거부…교통약자 배려 부족, 관련 규정·안내 필요

한 시내버스 정류장. "할머니 그거 들고 타시면 안 돼요!" 시장을 가려고 버스에 오르던 한 할머니께서 승차 거부를 당했다. 손수레 때문이다. 손수레는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운반도구고 나이 든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다. 그런 것이 거부 이유가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네? 아침에도 탔는데, 무슨∼"이라며 항의를 했고, 운전기사는 "경상남도에서 싣지 말라고 공문이 왔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갑자기 생긴 규정과 버스 기사님의 태도는 보는 사람마저 당황하게 하였다. 이 사건을 목격한 후 진주시청, 경상남도청, 진주 버스정보사이트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승객의 짐이나 손수레와 관련된 정보는 나와 있지 않았다. 그나마 관련 규정이 안내된 서울 시내버스에는 '시내버스의 통로 및 승·하차 문을 막을 염려가 있는 물품'을 제한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과연 손수레가 승객들이 승·하차하는 데에 방해가 될 정도의 물건일까.

이와 관련해 청소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평소 버스를 많이 타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학생은 평소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사람이 많이 탈 때는 짐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까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짐을 싣는 사람들도 다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크게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버스가 만원일 때는 짐이 자리 차지를 하는 것 같아서 조금 불편하긴 하다"며 "그런 게 아니라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위에서 말한 공문이나 규정이 없다면 이는 명백한 승차거부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6조(운수종사자의 준수 사항) 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승객이 신고를 할 수 있다.

다만, 같은 법 제30조(물품 등의 소지제한 등) 1항에는 차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서는 안 되는 물품을 명시하고 있다. 다른 승객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손해를 끼칠 물품, 통로나 출입구를 막는 물품이다. 이것을 버스회사나 기사들이 마음대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운전기사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승객을 거부하고 제대로 된 안내 없이 승객들의 승차를 막는 것은 어쩌면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하다. 해당기관의 관련 규정 정비와 확실한 안내를 마련하여 무분별한 승차거부를 통해 피해를 보는 시민이 더는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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