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박근혜 정부가 기어이 한일군사비밀정보협정(GSOMIA·지소미아)을 의결함으로써 협정 완료가 눈앞에 다가왔다. 박 대통령 재가도 거쳤으니 협정문에 양국 서명만 들어가면 협정이 체결된다. 국방부가 일본과 지소미아 협상 재개를 밝힌 것이 10월 27일이니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보수우익 아베 정권과 군사 관련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하야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 처지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외교 안보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은 국민적 논의도 없이 지소미아를 군사작전 치르듯 해치움으로써 또 민심을 외면하고 말았다. 도대체 이 시국에 자성은커녕 안보를 걸고 도박이나 다름없는 행태를 서슴지 않는 박 정권의 뻔뻔함이 놀라울 뿐이다.

국민에게 사실상 탄핵을 당한 박 대통령의 손에 임명된 국무위원들이 다른 나라와 군사 관련 협정을 의결한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그들은 형사 피의자 대통령의 수족 노릇을 했다는 오명을 두고두고 들어야 할 것이다. 지소미아 체결 강행 시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야당의 압력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책임도 크지만, 이 사태의 근본 책임은 오롯이 박 대통령에게 있다. 박근혜 정부가 뜬금없이 지소미아 협상을 재개하여 기어이 체결 직전까지 온 이유는 진보와 보수 간 주장이 대립적인 지소미아의 불씨를 의도적으로 지핌으로써 등 돌린 보수층의 지지를 회복해 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자신이 살자고 나라의 외교안보에 격랑을 일으킬 수 있는 군사 협정을 추진하다니, 이러고도 박 대통령은 자신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자부하는지 묻고 싶다. 자격 없는 대통령이 국민적 논의도 거치지 않고 지소미아를 추진한 것도 탄핵 사유에 해당할 것이다.

물러나라는 국민의 목소리는 물론 검찰 조사도 거부한 박 대통령이 특검법을 재가한 것도 정치적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특검마저 거부할 경우 여당 분열로 탄핵이 가결되는 상황이 두려웠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일단 특검을 수용한 이후 특검의 중립성에 시비를 걸어 조사에 응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 지지율 회복을 도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촛불 민심은 무자격자 대통령의 얕은 꼼수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보여주었다. 박 대통령이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만 하니 국민의 분노가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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